[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경수사권 조정을 반대하는 검찰이 검찰 내부의 인권보호 노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섰다.
검찰 /김학선 기자 yooksa@ |
대검찰청은 “올해부터 검찰이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모범사례를 모아 분기별로 우수 사례를 선정, 격려하기로 했다”며 위 사례를 포함한 올해 1분기 인권보호 우수 사례 총 4건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첫 인권보호 우수사례는 △사건의 처분·결정 △피의자 조사 관련 △창의적 인권보호 아이디어 제시 △범죄피해자 지원 등 4개 분야에서 각 하나씩 선정됐다.
주민번호가 없던 피의자 A씨에게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사회의 울타리로 들어오게 도움을 준 안산지청 형사3부의 사례는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인권보호 우수사례다.
50대 남성 A씨는 친구의 주민등록번호를 무단으로 사용해 병원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품을 구매해 주민등록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을 배당받은 안산지청 형사3부(이병대 부장검사)의 문지연(사법연수원 40기·현 광주지검) 검사는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가정사로 인해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해당 피의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안내하고 주거지 관할 동사무소에 도움을 의뢰했다. 또 피의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약식기소해 A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고려했다.
사건 처분·결정의 우수사례로는 의정부지검 형사1부(박재현 부장검사) 정주미(47기) 검사가 선정됐다.
정 검사는 피의자가 아들인 사실을 숨긴채 조카라고 주장하며 자신을 찾아와 행패를 부린 사실로 처벌을 원하던 피해자 사건에서 유전자(DNA) 감식을 통해 모자관계를 밝혀냈다. 또 조현병을 앓던 피의자에 대한 구속을 취소하고 공소권없음 처분한 뒤, 그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의료기관을 연계하는 처분을 내렸다.
부산지검 형사3부(이동수 부장검사) 소속 박은혜(39기·현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창의적 인권보호 아이디어를 낸 우수사례다. 박 검사는 피의자 조사 때 피의자의 방어권 보호를 위해 피의자와 변호인의 메모가 가능한 데도 책상이 없어 현실적으로 메모에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검사실에 책상이 달린 메모용 의자를 놔줄 것을 제안했다.
검찰은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메모용 의자를 시범 비치했고 이달까지 전국 검사실로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인천지검 피해자지원 담당 정구승 공익법무관(변호사시험 7회)은 최헌만 인권감독관의 지휘를 받아 지적장애가 있는 범죄피해자의 후견인 선임 등을 도와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지원한 사례로 꼽혔다.
검찰은 “과거 검찰에서는 주로 성과와 효율성 관점에서 우수 수사사례를 선정했으나 지난해 7월 대검 인권부 신설 이후 검찰 수사 패러다임을 성과와 효율 보다는 인권과 적법절차 보장으로 크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문무일 검찰총장 방침에 따라 이들 사례를 선정, 격려하기로 결정했다”며 “검찰의 역할과 업무방식을 보다 인권친화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무일 총장은 조만간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검찰의 공식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문 총장은 지난 7일 “수사의 사법적 통제와 함께 수사 개시와 종결이 구분돼야 국민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호될 수 있다”며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데 대해 정면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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