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권민지 기자 = 내년 1월 1일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황산화물 배출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이도록 규제한다. 이에 따라 선박회사들은 선박의 연료로 벙커C유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저유황제품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국내 주요 정유사는 수 년전부터 고도화 설비를 마련해 국제해사기구의 규제에 대비해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 규제에 대비해 선사는 저유황제품 사용, 스크러버 설치, LNG선으로의 전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경제성을 고려하면 선택지는 저유황제품 사용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저유황유 수요가 작년 하루 평균 20만 배럴에서 2020년 120만 배럴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이 0.1% 미만 함유된 저유황유 가격은 현재 고유황유 가격보다 40~50%가 비싸다.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국내 정유사에 호재다. 특히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은 명확한데 비해 공급이 늘어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미리 고도화 설비를 갖춘 국내 정유사들은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가장 적극적으로 저유황유 생산 시설을 확충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울산에 2017년 11월부터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구축 중이다. 올해 4월 기준 공정률은 60%로 내년 4월 공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친환경 저유황유 생산에 돌입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4월 이전에 공사가 완료될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하반기 쯤에는 2000억~3000억원 가량의 추가 영업이익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해상 탱크에서 86%의 경유와 14%의 벙커C유를 혼합해 0.1%의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도 벙커C유를 저유황유로 고도화 할 수 있는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에 4조 8000억원을 들여 고도화 비율 33.8%를 달성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비롯해 미래에 진행될 모든 사업은 저유황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추가적으로 고도화 설비를 건립할 계획은 논의되지 않고 있고 현재 보유한 정유 설비로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국제해사기구의 규제에 대비해 고도화 설비를 확충하는 대신 공장에서 연료로 소비하던 저유황유를 LNG로 대체하고 이를 판매용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현재 GS칼텍스가 보유한 고도화 설비로는 하루 27만 4000배럴의 경질유 생산이 가능한데 이는 국내 정유사 중 최대규모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제도 시행에 맞춰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저유황 선박용 연료유 공급량을 늘리는 등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도 2021년 9월 30일까지 3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상압증류공정과 감압증류공정 설비를 신설하기로 확정했다. 현재 국내 최고 고도화율인 40.6%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국제해사기구가 시행될 2020년초까지 스크러버 장착률은 1.3%, 2030년까지도 스크러버 장착률은 7.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저유황유의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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