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사전 오프닝 기간이던 10일, 한국관의 열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한국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에 몰입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올해 한국관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라는 전시명을 내세우며 '젠더 다양성'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다.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이 펼친 젠더 복합적 시각이 담긴 영상 작품은 한국관을 꽉 채웠다. 남화연 작가는 근대 예술가 최승희의 예술 인생을 조명하는 작품 두 점을 소개했다. '반도의 무희'를 통해 근대 예술가 최승희의 삶을 조명하고, 전시장 외부는 '이태리 정원'으로 꾸몄다. 이곳에 최승희가 부른 '이태리 정원' 노래가 흘러나오고 동양에서 기원된 식물 8종을 심었다. 최승희의 육성을 들으며 베니스의 풍경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서 관람객 인기를 독차지했다.
제인 진 카이젠은 근대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 모은 70분짜리 영상 작품 '이별의 공동체'를 선보였다. 바리 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에는 제주 4.3 사건 생존자이자 무당인 고순안 심방(제주도 방언으로 무당)이 등장하는데, 이는 외국인들을 비롯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제주 출신으로 덴마크로 입양된 제인 진 카이젠의 할아버지가 나타나 위로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눈물을 훔치게 했다. 한국의 굿 문화에 대한 이색적인 경험도 선사했다.
정은영 작가는 여성국극 2세대 이등우와 그 계보를 잇는 차세대 퍼포머들에 주목했다. 이들의 퀴어 공연의 미학과 정치성을 보여주는 감각적 다채널 비디오 설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퀴어 공연이 펼쳐지는 삼면 영상 전시관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영상미와 디제잉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클럽을 방불케 하는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작품을 보러온 관객들은 정은영의 작품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 중에는 리듬을 타는 사람들도 포착됐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프리뷰 기간을 거쳐 11일 공식 개막했다. 오는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및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이어진다. 2019년도 한국관 전시는 커미셔너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현대자동차, 매일유업 등 다수 기업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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