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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4년 만에 치매치료제 ‘도네페질’의 적응증 중 ‘혈관성 치매’를 돌연 삭제하면서, ‘알츠하이머형 치매’에만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당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혈관성 치매’ 적응증 승인을 거절하고 국내에서만 허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2 인보사’ 사태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뉴스핌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처방정보데이터(Highlights of prescribing information)를 확인한 결과 치매치료제 아리셉트(ARICEPT)의 적응증은 ‘알츠하이머형 치매’만 있으며, ‘혈관성 치매(뇌혈관 질환을 동반한 치매)’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셉트는 도네페질을 주성분으로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매치료제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최초로 개발해 1996년 미국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적응증 승인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2008년 특허 만료 이후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져 나왔다. 글로벌 7조원, 국내에서 약 1500억원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2018년 12월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 아리셉트 처방정보데이터. [사진=FDA] |
치매는 알츠하이머성, 혈관성, 파킨슨병, 루이 소체 치매, 헌팅톤병, 크루츠펠트, 제이야콥병,픽병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아리셉트를 개발한 일본 제약사 에자이는 세계 1위 제약시장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에서 ‘혈관성 치매’ 적응증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반면 한국과 필리핀, 인도, 루마니아 등에서는 ‘혈관성 치매’ 적응증 추가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정확히 14년 동안 도네페질을 ‘혈관성 치매’에 처방해왔다. 앞서 2000년 식약처가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로 허가를 내준 이후, 2005년 2월 혈관성 치매 적응증 추가를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갑자기 지난 9일 도네페질의 ‘혈관성 치매’ 적응증을 오는 7월부터 삭제할 예정이라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임상재평가 결과 ‘혈관성 치매 증상의 개선’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도네페질은 ‘알츠하이머형 치매 증상의 치료’에만 사용하게 된다.
오리지널 의약품 아리셉트는 대웅제약이 한국에서 위탁생산 및 판매를 맡고 있다. 동아에스티, 명인제약, 삼진제약, 환인제약, 명문제약, 고려제약, 이연제약, CJ헬스케어, 한미약품, 유한양행, 종근당, JW중외제약, 한국파마, 영진약품, SK케미칼, 한림제약, 일동제약, 현대약품, 제일약품 등 19개 제약사가 제네릭을 시판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효 재평가는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관련 자료를 충족하지 못해서 혈관성 치매 적응증 삭제 조치를 한 것”이라며 “2005년에는 의약품 품목허가 규정 심사 규정에 적합했기 때문에 허가해 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식 발표나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임상재평가로 인해 적응증이 삭제되는 사안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므로 따로 발표를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보사는 국내에서만 3000명 가량이 시술받았으며, 도네페질은 혈관성 치매 환자들이 14년 동안 처방받았다”며 “최근 코오롱 인보사 사태뿐만 아니라 이번 조치를 보면 식약처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다”고 전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식약처가 2017년 7월 세계 최초로 품목 허가를 내준 유전자치료제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주요 성분이 뒤바뀐 정황을 승인이 나오기 약 4개월 전 인지한 정황이 나왔다.
이에 식약처의 부실한 검증 절차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으며,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식약처를 직무 유기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또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인보사 허가 당시 재직한 손문기 전 식약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