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20일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에 포함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내외 게임 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낙인 효과'다. WHO가 '게임 장애'를 질병코드로 규정하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게임을 잠재적 '유해 콘텐츠'로 분류하게 된다.
여기에 보건·의료계가 '게임 이용자'의 복합적인 환경을 고려하기보다는 이들을 더욱 쉽게 '치료 대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질병으로 분류하기 전에 구체적인 논의가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바이두] |
외국의 게임사들도 국내 게임업계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 세계적으로 큰 게임 시장인 미국과 중국도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 움직임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게임 제작사인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는 1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게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황당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게임뿐 아니라 어느 콘텐츠든 중독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황당하다"며 "누구든 시간을 관리하는 데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고, 게임이 설사 현실보다 재밌더라도 (균형 있게 시간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이 WHO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게임 업계는 일단 '게임 장애' '게임 질병' 등의 용어를 '게임 이용 장애' '게임 과몰입' 등으로 순화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자료 없이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시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며 "지금은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대처를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각 게임사별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 업계 관계자는 "사람마다 게임을 즐기는 이유와 그 목적이 다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건강한 취미로 즐기는 이용자도 많다"며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기 보다 가정에서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이용자들이 건강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먼저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이덕주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 과몰입 정책 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 산업의 경제적 손실은 최대 1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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