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증시에서 해외 투자 자금이 썰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과 무역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글로벌 펀드가 매물을 쏟아내는 움직임이다. 연초 이후 30% 내외의 수익률을 거둔 헤지펀드를 포함해 큰 손들이 일제히 발을 빼는 모습이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효과가 다시 불거진 관세 전면전에 꺾였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20 거래일 사이 홍콩 플랫폼을 통해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빠져나간 해외 투자 자금이 520억위안(76억600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해당 기간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최근 한 달 사이 중국 증시가 11%에 달하는 급락을 연출할 것은 해외 자금 썰물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경고, 양국 무역 협상에 난기류가 발생하면서 증시 유동성에도 기류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진단이다.
미국이 2000억달러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자 중국이 내달 1일부터 600억달러 물량의 미국 수입품에 관세를 올리기로 했고, 이어 미 무역대표부(USTR)가 6월24일 3000억달러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올들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물러서는 상황이다.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펀드 매니저들은 관세 전면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관세 인상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위안화 약세 전망도 해외 투자자들의 ‘팔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주식 매도 이외에 헤지 수요도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 소재 수펀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왕 천 파트너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무역 협상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종료될 것인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모든 투자자들이 옵션을 포함해 가능한 헤지 수단을 공격적으로 동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초 이후 많게는 30%를 웃도는 ‘잭팟’을 터뜨린 헤지펀드 업계는 차익 실현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헤지펀드 리서치 업체인 HFR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 증시에 투자한 펀드가 16.9%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렸고, 그린우즈가 운용하는 골든 차이나와 텔리전트 캐피탈의 그레이터 차이나는 각각 35%와 20%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관세 전면전에 따른 실물경기와 기업 실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연초 수익률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서섹스 파트너스의 패트릭 갈리 공동 창업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연초 중국 증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며 “하지만 최근 불거진 무역 마찰이 앞으로 수년간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압박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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