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1982년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의 올해 작황이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올해 1월부터 5월 상순사이 전국 평균 강수량은 54.4㎜로서 평년(128.6㎜)의 42.3%”라며 “이는 같은 기간의 강수량으로서는 1982년(51.2㎜) 이후 제일 적었으며 2014년(55.8㎜)과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올해 하순에도 강수량이 평년의 50% 미만으로 적어지면,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의 전국 평균 강수량은 75㎜ 정도”라며 "이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업부문에서는 당면한 영농작업과 함께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한 물 확보에 계속 힘을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다만 구체적인 농작물 작황량이나 피해상황 등은 알리지 않았다.
여름철 북한 농촌지역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가뭄 등으로 인한 북한의 저조한 농작물 작황량은 국제기구를 통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FAO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국가보고서’에서 “북한은 4월까지 극심한 가뭄으로 봄 작황이 매우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FAO는 “지난해 부진했던 작황에 더해 올해초 봄 작황까지 나빠질 전망”이라며 “북한의 농산물 생산이 10년 사이 최악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3일 발표한 식량안보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모작이 가능한 봄 작물 예상 생산량은 30만7000톤에 불과하다. 2017년 보다 2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전체 인구의 약 40%인 1010만명이 식량 부족 위기에 처해 있고, 긴급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FAO 등에 따르면 북한이 해외 수입으로 충당해야 할 곡물 규모는 올해 추수 때까지 약 159만톤에 달한다. 북한 당국이 계획한 20만톤의 수입과 2만1200톤 규모의 국제기구 식량 원조를 제외하면 북한의 순수 식량 부족량은 대략 136만톤으로 추정된다.
북한 주민들이 북중 접경지역 노상에서 곡식을 팔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최악의 북한 식량난에 우리 정부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차분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4일과 15일 각각 대북 민간단체와 통일부 인도협력분과 자문위원들과 만나 대북 식량지원 관련 여론을 수렴했다.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경청한 뒤, 최종적으로 대북 식량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특히 쌀 지원은 지난 2000~2007년까지 연간 40만톤이 차관 형식으로 보내졌다. 그러다 2008년부터 10년 간 중단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쌀 재고량은 수입산을 포함해 130만톤에 이른다. 이 중 국내 쌀 시장 수급 조절용, 복지 사용분 등을 제외하고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규모는 약 30만톤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이 최종 결정될 경우 오는 9월 전에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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