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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손잡았지만 휴대폰은 못사는 '제로페이'

기사등록 : 2019-05-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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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기능 없어 스마트폰 구입시 사용불가
24개월 약정 중심 업계 특성 반영 못해
일시불 혜택도 미미, 엑세서리만 구입 가능
가맹점 늘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도 확산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서울시가 스마트폰 판매점에 제로페이 적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스마트폰 구입할 때는 사용이 어려워 가맹점 늘리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로페이 시스템상 할부가 불가능하고 다른 결제수단에 비해 일시불에 따른 혜택도 없기 때문이다. 무작위 가맹점 확대보다는 제로페이 실효성이 높은 가맹점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등은 5월 중순부터 제로페이 사용을 희망하는 유통점을 대상으로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앞선 16일 진행된 양측의 업무협약에 따라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선정된 이동통신 유통점에서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홍보활동과 함께 핸드폰 관련 제품의 제로페이 구매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동통신 유통점의 제로페이 사용이 시작되기 전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통신 유통점은 스마트폰을 파는 판매점인데, 정작 스마트폰 구입에는 사실상 제로페이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6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제로페이 활성화 업무협약 후 인근 판매점을 방문한 박원순 시장. [사진=서울시]

현재 스마트폰 구입은 스마트폰 판매점(대리점)을 방문해 제품 구입과 통신요금 선택 등을 함께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판매점들이 제품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는 대부분 24개월 약정을 기준으로 ‘할부’ 방식이다. 따라서 실시간 계좌이체만 가능한 제로페이는 사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판매점에서 제로페이 사용이 활성화돼도 스마트폰 케이스나 보호필름 등 소모품 결제에만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실제로 업무협약 당일 인근 매장을 방문한 박원순 시장도 제로페이로 스마트폰 보호필름만 구매했다. 스마트폰을 파는 매장에서 정작 스마트폰 구입에는 제로페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스마트폰을 할부가 아닌 일시불로 구입할 경우는 어떨까. 결제 시스템만 도입되면 제로페이로 스마트폰 일시불 결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휴 프로모션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제로페이 결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KT의 경우 제휴협약을 맺은 두 장의 신용카드를 전월실적 70만원 이상 사용할 경우 최대 96만원의 할인을 제공하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제휴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70만원 할인 및 통신료 25% 추가할인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중이다.

반면, 제로페이는 유일한 소비자 혜택인 소득공제 40%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연내 적용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시는 물론, 전국 스마트폰 판매점에 제로페이가 적용되도 정작 스마프폰 구입에는 제로페이를 사용하기 어렵다. 각 판매점이 ‘짜투리 상품’으로 취급하는 엑세서리에만 사용 가능하다. 스마트폰 판매 및 가입자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가 매출의 대부분인 판매점 입장에서는 제로페이 적용에 따른 수수료 혜택 규모가 미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제로페이 적용 의미가 크지 않은 중소사업장까지 가맹점으로 확보하는 건 ‘수치늘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월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은 약 15만1500여 곳. 지난해 12월 1만5000여 곳에 비해 빠른 증가 추세지만 실제 제로페이 도입에 따른 각 가맹점들의 실제 효과 여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KMDA측은 “대다수의 판매점이 영세하기 때문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제로페이 업무협약을 추진한 것”이라며 “스마트폰 구입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통사와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판매점을 위해 제로페이를 도입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인데 정작 스마트폰 결제에는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렇게 늘린 가맹점이 제로페이 활성화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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