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경영권 분쟁 내내 무한 주총과 각종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강공 일변도 자세를 취해 온 신 전 부회장이 돌연 화해 모드로 전향한 것.
국내외에서 신 회장의 ‘원톱’ 입지가 굳건해지면서 신 전 부회장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신 회장의 법정 리스크가 남은 만큼, 경영권 분쟁의 원인을 신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려는 계산된 행동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스핌] |
17일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3일 대법원에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그룹 총수일가에게 선처를 베풀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현재 대법원의 상고심 최종 선고를 앞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이 대법원에 제출한 A4 용지 3장 분량의 탄원서에는 신 회장 외에도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과 누나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선처를 구하는 내용이 각각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의 탄원서에는 “동생 신동빈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재계서열 5위 기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본인이 진솔하게 반성하고 있고 한국 경제와 사회를 위해 과거 이상으로 기여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하고 있기에 무죄 또는 집행유예의 관대한 판결을 선고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한 “신동빈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지만 동생이 2018년 2월 1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지금 이대로라면 아버지가 일생을 바쳐 일군 롯데그룹이 무너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며 “대립을 수습하고 보다 큰 대의를 위해 형제가 화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총 네 차례에 걸쳐 신 회장에게 한일 롯데 분리경영을 요구하는 화해 편지를 보냈지만, 롯데 측은 진실된 화해 의지보다는 본인의 경영권 복귀라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다며 이를 일축한 바 있다.
또한 아버지인 신 명예회장의 탄원서에 “아버지 신격호는 롯데그룹을 현재 국내 재계 5위 규모로 성장시켰고,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며 “부정한 일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자세를 보이셨던 아버지가 부정한 일을 지시하셨음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께서는 올해로 백수(99세)를 맞이하신 고령의 몸으로 과거의 상세한 기억을 떠올려서 본인의 결백을 증명할 수 없으며 복역할 수 있는 건강 상태도 아니다”며 “평생 롯데와 한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신 아버지가 교도소가 아닌 가족들의 돌봄 가운데 그의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재판부의 관대한 판결을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배임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신 전 이사장에 대해서도 “고령이 되신 아버지 신격호에게 오랜 세월 동안 효행을 실천하고 경제인으로서 한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해 온 훌륭한 누이”라며 “76세가 넘어 체력적으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것이 어려운 상태기에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과대한 판결을 부탁 드린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재계에서는 백척간두에 선 신 전 부회장이 결국 마지막 수를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 무한 주총을 통해 수차례 경영권 복귀를 시도했지만 지난해 5번째 표 대결에서도 패하며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남아있는 반격카드가 사실상 끝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4년여 간 끌어온 롯데가(家) ‘형제의 난’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형국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구속을 빌미로 공세의 수위를 높였던 신 전 부회장이 갑작스레 태도 변화에 나선 것은 결국은 일본 경영권이라도 되찾고 싶다는 최후의 선택이 아니겠느냐”면서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대내외적으로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굽히고 들어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영권 다툼에서 신 회장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태지만 아직 상고심 선고라는 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신 전 부회장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롯데의 기업 가치에 타격을 입힌 경영권 분쟁의 원인을 신 회장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로도 여겨진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법원에 신 회장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 다만 아직까진 그룹으로 특별한 요구사항을 보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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