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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의 고백⑱] 피로회복제, 2차대전...'악마의 약' 필로폰의 족적

기사등록 : 2019-05-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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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일본 의학교수 첫 발견
피로회복제로 상용화...2차대전 '각성제'로 악용
환각·조현병, 탈모·간질환까지...사망 이르기도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1888년 일본 도쿄대. 의대 교수 나가이 나가요시는 실험 도중 우연히 한 물질을 발견한다. 당초 목적은 감기약 개발을 위해 특정 약초의 성분을 추출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가이 교수는 의도와 달리 이 물질에 각성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41년 이 물질은 피로회복제로 상품화 돼 공급되기 시작한다. 이 상품의 이름은 히로폰. 정식 명칭은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명 ‘히로뽕(필로폰)’이다. 필로폰의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메스암페타민. [사진=관세청]

제품 출시 당시 필로폰은 알약 형태로 병에 담겨 팔렸다. 필로폰이라는 명칭은 ‘일하는 것을 사랑한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필로포노스(Philoponos)’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로폰은 곧 그 유래에 어울리는 용처를 찾게 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과 추축국이 군인과 공장 노동자에게 필로폰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로폰은 당시만 해도 피로 회복은 물론 공포를 없애는 데 효과가 좋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물론 필로폰은 피로회복 효과를 주는 게 아니라 각성 효과로 육체적 피로를 잊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무차별적으로 남용된 필로폰의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필로폰 중독자가 양성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커졌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일본은 가장 먼저 1951년 각성제단속법을 제정해 필로폰을 마약으로 분류, 금지했다. 1970년대에는 필로폰 제조범 처벌 수위를 사형까지 높였다.

이후 학계에서 필로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심각한 증독 증상 등 여러 부작용이 밝혀졌다.

필로폰은 투약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기억력과 언어능력을 감퇴시키고 환각과 조현병을 유발한다. 익히 알려진 ‘메스버그(Meth bug)’ 역시 부작용 중 하나다. 필로폰 중독자는 피부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가려움증에 몸을 긁어대 팔, 다리, 얼굴 등 신체 곳곳에 상처와 흉터가 남곤 한다.

대표적인 금단증상으로는 환시, 환청, 경각심, 예민함, 불안, 긴장감, 발작 등이 대표적이다. 폭력성이 강해져 범죄 행위의 위험성도 동반한다.

필로폰이 이러한 후유증을 야기하는 것은 뇌를 직격으로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필로폰은 도파민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도록 유도한다. 도파민은 신경 전달 물질로 뇌에 전달돼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 빠져 사랑이 충만할 때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도파민이 분비된 것이다.

적당한 도파민 분비는 삶에 활력을 주지만, 문제는 필로폰은 도파민을 과도하게 생성토록 유도한다는 데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과도한 것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과다분비된 도파민은 대뇌피질을 자극해 뇌세포와 중추신경계를 파괴하는 작용을 한다. 

때문에 '필로폰 약발'이 떨어지면 몸과 정신이 모두 견디기 힘든 지경으로 변해 '뽕'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필로폰 투약으로 치아와 잇몸이 망가져 흉측하게 변하는 ‘메스마우스(Meth mouth)부터 급격한 시력 저하와 탈모, 간질환, 발기부전, 망상성정신장애 등 신체 질환도 나타날 수 있다. 장기 복용시 호흡곤란, 심부전, 고열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hwyo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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