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지난해 10월 발생한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의 용의자로 체포된 이주노동자에 대해 경찰이 강압 수사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이주노동자 A씨에게 123회에 걸쳐 ‘거짓말 아니냐’, ‘거짓말 하지 말라’고 압박하며 수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의 이 같은 행위가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고양=뉴스핌] 이형석 기자 =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화재현장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18.10.07 leehs@newspim.com |
인권위에 따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거짓말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진술을 강요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서에는 경찰이 언론사 기자들에게 A씨의 이름,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의 종류를 기재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A씨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인권위 조사결과, A씨는 지난해 10월8일 긴급체포 후 경찰관이 총 62회(1차 1회, 2차, 0회, 3차 5회, 4차 56회)에 걸쳐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말이 아니냐고 되묻거나 ‘거짓말하지 말라’ 혹은 ‘거짓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관이 피해자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총 123회에 걸쳐 ‘거짓말’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가 이미 모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답변했음에도 다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반복하는 경우가 60회 △거짓말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변했음에도 다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반복하는 경우가 20회 △모순점 지적과 무관하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이 아니냐’고 반복한 경우가 32회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관의 ‘거짓말’ 발언은 A씨가 피의자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할 때나 피의자 진술 자체를 부정하는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으로 현행 형사사법체계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신문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사건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인이더라도 경찰이 직접 A씨의 개인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할 필요성은 없다고 봤다. 국민적 관심 여부와는 별개로 수사기관 스스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공표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권위는 “경찰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로 인해 A씨 개인은 물론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무관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만 악화시켰다”며 “오히려 안전관리 부실 문제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사건을 수사한 경찰서장과 지방경찰청장에게 해당 경찬관에 대해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에게 피의자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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