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SK 관계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2조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냈다. 이는 경영활동을 하면서 진행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 성과를 자체 기준으로 측정,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SK는 올해부터 이같은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16개 주요 관계사에 도입,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의 약자)위원장은 21일 SK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
◆ 사회적 가치 '돈'으로 측정해 발표
SK는 21일 서린사옥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설명회' 간담회를 열고 지난 한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결과를 공개했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SK가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SK는 계열사들의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재무제표 공개하 듯 매년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KPI에 반영된 사회적 가치 할당 점수는 50점으로 측정 점수가 10점, 사회적 가치확대 전략과제가 30점, 안전·환경·보건 관련 10점 등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의 약자)위원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다"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취지와 기준에 대해 발표했다. [자료=SK그룹] |
◆ 사회적 가치 측정엔 '마이너스'도 존재
이날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원사인 16개 주요 관계사 중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만 우선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2.3조원 △ 비즈니스 사회성과 마이너스(-) 1조 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 사회적 가치 창출 사례로는 SK루브리컨츠가 고급 윤활기유 유베이스를 개발함으로써 범용 제품 대비 2% 연비를 개선하고,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낸 부분으로 이에 따른 사회적 가치 창출액 1315억원이 포함됐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냈다. 여기에는 앱 내비게이션 'T맵 운전습관' 서비스로 고객들이 보험료를 할인 받은 부분(408억원)과 이를 통한 사고 예방 효과(487억원) 등이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조9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 4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각각 측정됐다.
강동우 SV추진팀 상무는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마이너스로 나왔는데, 이는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이나 SK텔레콤이 지난해 일시 통신장애로 고객들에게 제공한 피해 보상액 등도 측정값으로 환산된 결과"라며 "앞으로는 이를 기준 삼아 개선 목표를 정하고 플러스로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완성도 '절반'...최태원 회장 "시작이 중요...개선할 것"
이날 발표한 측정 시스템은 미완성이다. 아직 측정 방법을 도입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일례로 각 사별로 측정 산식이 60~70개 정도 밖에 안 된다. 많은 수식을 개발했지만 내외부 토론 결과 떳덧하게 공개할 수 있는 부분만 포함하기로 하면서 절반 이상을 쳐냈다.
이 위원장은 "아직 측정 시스템을 절반 밖에 완성하지 못했다. 모두 완성하기까지는 2~3년 더 걸릴 것"이라며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도 이번 결과에 대한 내부 보고를 받고 "개선에 초점을 맞추라"고 전했다는 전언이다. 최 회장은 "첫 출발이니 앞으로의 개선점에 대해 고민하라"며 "썩 만족스러운 숫자는 아니다. 다만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인 만큼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윤을 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같은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현천 SV추진팀 전무는 "사회적 가치 측정은 연구개발(R&D)과 비슷하다. 돈을 못 번다고 R&D를 게을리 하면 지속적인 성장을 보기 어렵다"며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기업도 계속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