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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화웨이 봉쇄카드'는 협상용?...'중국제조 2025'가 불만

기사등록 : 2019-05-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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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인텔·퀄컴 등 美 기업들, 화웨이와 '일사분란' 거래중단
트럼프, 화웨이 거래금지 행정명령 1년 넘게 지연...시점 묘해
단순한 무역문제 아냐...트럼프, 중국제조2025 콕집어 견제구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국 대표 기술기업 화웨이를 지렛대로 고강도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겨냥해 안보에 위협이되는 해외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미 상무부가 직후 화웨이와 계열사를 무더기로 '수출제한 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이 이들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구글,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이 일사분란하게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판매해 세계 간판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화웨이가 일순간 바닥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몬터스빌에서 2020년 대선 캠페인 후 전용기에 오르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20. [사진= 로이터 뉴스핌]

◆ 美, 거래제한 조치 일부 완화..타격은 불가피

2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지난주 시행한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 일부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화웨이가 기존 네트워크 보수·점검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공을 위한 목적으로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경우, 미국 기업들의 거래가 허용했다.

하지만 새 제품 제조를 위한 화웨이의 미국산 부품 구매의 경우에는 여전히 금지될뿐 아니라 90일간(오는 8월 19일까지) 임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화웨이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90일 유예기간은 화웨이와의 갑작스런 거래금지로 인한 미국 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과도기를 설정한 것에 불과하다.

앞서 지난 16일 상무부는 화웨이와 화웨이의 계열사 68곳을 수출제한 리스트에 올렸다. 이후 구글을 필두로 인텔, 퀄컴, 브로드컴, 자일링스 등 미국 정보기술(IT)기업들이 재빠르게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 이 모두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위협이 되는 해외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비롯됐다.

◆ 트럼프, 행정명령 서명 시점 묘해..무역협상 카드?

'화웨이 거래금지 파장'을 불러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시점이 묘하다. 작년부터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백도어를 심는 방식으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왔다. 이에 미국은 지난해 8월 정부 기관이 화웨이 장비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방수권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독일과 영국 등 동맹국에 대해서는 5G 통신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촉구하는 등 대(對)화웨이 전선을 넓혀왔다.

즉, 미국이 직접 행동에 나선건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의 거래금지 행정명령을 계속 검토해왔으나 실제 서명과 집행은 1년 넘게 연기됐다. 이번에도 연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더이상 지체하지 않고 칼을 꺼내들었다.

중국 국기 위에 비치는 화웨이 로고 그림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시점에서 화웨이 거래금지 카드를 내놓은 것은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한 약속들이 불평등하다며 협상을 뒤집은 중국을 다시 테이블로 끌어들여 무역협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기존 합의내용을 깼다는 내용을 보고 받고 20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 적용했다.

블룸버그통신이 19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화웨이 경영진은 자사 문제가 미중 무역갈등에서 협상카드가 됐다고 보고 있으며 무역합의에 도달하면 다시 미국산 부품 구매 등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단순한 무역문제 아냐..'중국제조 2025' 겨냥한 美 견제

하지만, 이번 화웨이 금지 조치는 단순한 무역갈등을 넘어 5G를 중심으로 한 핵심 기술을 놓고 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이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이번 조처는 '중국제조 2025'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제조 2025는 생명과학, 우주항공, 이동통신 등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자급자족을 달성해 제조업 부문의 초강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핵심산업 육성 프로젝트다.

미국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 불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중국제조 2025를 중국의 불공정한 산업 및 통상정책의 집약체로 표현하고, 중국의 기술강제 이전 관행과 보조금 지급은 중국제조 202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제조 2025을 콕집어 거론하며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방영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들(중국)은 세계를 장악하고 싶어한다. 그렇지 않느냐?"며 "그들은 차이나 2020, 그러니까 2025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로젠블랫시큐리티스의 라이언 쿤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화웨이의 통신망 부문이 무너지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중국을 수년간 후퇴하게 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치는) 중국에 전쟁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는 전세계 통신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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