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문화

[‘미투’ 어디쯤 가고 있나] ②만연한 성문제 청산, 교육으로 첫 단추

기사등록 : 2019-05-31 09:06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정부, 지난해 촉발된 문화예술체육계 미투 바람 해결책 고민
교육 통한 인식 제고 필요성 인식…특수성 고려한 교육 전개

[편집자주] 지난해 문화·예술·체육계를 강타했던 ‘미투’바람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요? 힘들게 시작된 자정운동인데 혹시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닥쳐 사그라든 건 아닐까?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합민영통신 <뉴스핌> 문화스포츠부 기자들이 취재해보니  ‘미투’는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도 당했다(Me too)”는 용기 있는 외침은 여전히 문화·예술·체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고민 중인 성폭력 대책은 무엇인지, 혹시 미진한 점은 없는지도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목차>
① 피해자 호소에 귀기울인 정부
② 만연한 성문제 청산, 교육으로 첫 단추
③ 체육계, 스포츠혁신위원회로 구조 개혁
④ 예술·체육계 성문제 혁신, 지금이 적기인 이유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예술체육계가 뿌리깊은 성평등 문제를 근절하고자 ‘교육’을 통한 인식 제고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거세게 불어온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체육계 관계자뿐 아니라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예술계 거목들은 만행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는 상하관계가 분명한 문화예술체육계 특유의 조직문화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교육’으로 이런 고질적인 성문제를 청산할 첫번째 해법으로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문체부, 성희롱·성폭력 신고상담센터 3개소 지원

문체부는 지난해 성희롱·성폭력 신고상담센터 운영을 지원하고 문체부 국고보조금 관리 운영지침을 개정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공적 지원을 배제하도록 했다. 콘텐츠산업의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해 세워진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 (사)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2016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개소한 ‘예술인 성폭력피해 신고상담센터’도 가동 중이다.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의료·법률상담 지원과 성폭력 예방캠페인, 성평등교육 지원, 성평등 정책 연구 및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측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든든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라, 그리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한국여성인권진흥원(해바라기센터)이 협력하며 문화예술계 내 성평등, 성문제 등을 해결하고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교육 커리큘럼 구성과 성폭력 예방 교육강사 배출에 집중

든든은 지난해 6월, 3일간 영화산업 내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영화인들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이를 통해 영화계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이해와 상담법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을 나눴다.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2기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 25명 중 최종 7명의 강사를 선발하는 성과를 이뤘고, 올해 초에는 2018 활동 결산 및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가이드북도 발표해 제공하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2017년부터 사업참여 예술인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예술인을 위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총 8회 열었다. 이 강의에는 예술인 174명이 수강했다. 강연 참석이 어려운 현업예술인·예비예술인들을 위해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으로 신청만 하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올해는 5월부터 7월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에 ‘문화예술인과 함께하는 성평등 교육’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문화예술과 성평등Ⅰ:여성주의에 대한 이해’와 ‘문화예술과 성평등Ⅱ:문화예술계 성평등을 위한 과제' 등 강의를 구성했다.  

뭣보다 재단이 노력을 기울이는 부문은 성평등 강의 관련 커리큘럼 구성이다. 예술인들이 성평등 관점에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을 기획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 문화예술계 특수성 때문에 발생하는 성문제

‘문화예술계 특수성’에 대한 올바른 인지는 예술계에 만연한 성추문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다. 재단 관계자는 “예술계는 고립돼 있다. 또한, 보통의 직장과 다르게 1:1 상하관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예술계에 성불평등 문제가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윤택 연출가도 연기지도라 주장하며 (추행을)성문제가 아니라고 부정한 바 있다. 예술의 특성상 어디까지가 예술활동이고 성문제인지에 쉽게 말할 수 없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인을 위한 성폭력 예방교육 [사진=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 관계자는 “실제 예술계 내부에서 성차별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창조되는 결과물 역시 성평등 문제를 해치는 경우도 있다. 남성주의적 결과물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화예술계 성평등 교육 과정은 강사(전문가) 간담회, 강의 주제에 대한 예술인들의 수요 조사, 문화예술계 맞춤형 예방 교육, 강사 양성 과정에서 도출된 주제를 바탕으로 주제와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현재 이 커리큘럼은 예술인 및 예술관련 단체, 예비예술인(예술대)을 대상으로 운영되지만, 추후 수요가 있을 시 중·고교까지 확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문화예술계 성평등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도 배출(19명)하기 시작했다. 최근 2~3년간 강의와 전문가 양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콘텐츠 커리큘럼이 발매될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문체부에서는 ‘문화분야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콘텐츠 개발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안에 문화예술계 맞춤형 교육콘텐츠가 도출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89hklee@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