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케인스(영국)=뉴스핌] 공동취재단 김영섭 기자 = 29일(현지시간) 제4회 한·영 리서치 컨퍼런스가 열린 영국 밀턴케인스에서는 흥미로운 연구과제와 결과 발표가 쏟아졌다.
특히 이날 재료과학과 함께 양대 발표주제였던 뇌과학 분야에서는 한국 학계의 높아진 위상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이 자리에서 발표한 한국 과학자들은 이 같은 결과가 오랜 시간 뇌연구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온 결과물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경쟁국에 비해 아직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신희섭 단장(사회성 뇌과학 그룹)은 “최근 4~5년 사이 한국 뇌과학자들이 세계적인 학회에 발표자로 초대받거나 유명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데 참여하는 경우가 상당히 늘었다”면서 “그만큼 국제적인 위상이 올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4명의 연구자. 좌로부터 김진현 단장, 묵인희 교수, 신희섭 단장, 이창준 단장. 2019.05.29.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에서는 1998년 이른바 ‘뇌연구촉진법’이 제정된 뒤, 한국뇌연구원이 설립되는 등 이 분야를 따로 분류해 지원해왔다.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 이창준 단장은 “뇌연구촉진법이 국내 뇌과학 연구의 전환점이 된 게 사실”이라며 “뇌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할 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에 비해 우리 정부의 뇌과학 투자 규모는 현저하게 모자란 것 역시 사실이다. 신 단장은 “뇌 구성 성분부터 시작해 구조까지 하나하나 살피려는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에 비하면 아직은 연구 규모가 작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동물실험은 뇌과학 분야의 특성상 피할 수 없는 논쟁거리다.
알츠하이머 혈액검사 기술 개발로 이름 높은 묵인희 서울대 교수는 “정말 연구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윤리기준이 합의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묵 교수는 “최근 만들어지는 규정은 대부분 연구자는 배제된 채 만들어지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힘들 때가 많다”며 “실제 연구자들 사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모두가 존중하고 지키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진현 뇌과학연구소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장은 “그간 동물실험이 인류에 과학발전으로 기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면서 “윤리에 대한 인식은 연구자가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규제가 지나치게 심하면 연구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동물실험을 남용하는 일을 막아야겠지만 규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만드는 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에 이창준 단장은 반응성 별세포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내놨다. 이 단장은 “뇌에는 아직도 기능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세포가 굉장히 많다. 기능을 모르니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 것”이라면서 “별세포가 병인이 될 가능성에 비해 연구는 충분치 않아 앞으로도 연구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희섭 단장은 이날 발표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서 쓰이는 심리치료 기법의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입증하고 이 과정이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해 주목받았다. 이 단장은 현재 인간에게서 관찰되는 ‘공감’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진현 단장은 스위스, 프랑스 연구팀과 함께 뇌과학 분야에서 쥐여우원숭이(Mouse lemur)를 새 동물실험 모델로 사용할 수 있는지 현재 연구 중인 내용을 발표했다. 김 단장은 “일반적 실험모델인 쥐와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데 생기는 간극을 극복하려는 연구”라면서 “실험모델 제작을 조만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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