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정부가 남북간 365일 24시간 상시소통 창구라며 홍보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한 ‘내로남불’식 수정 운영 구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매주 정례적으로 갖기로 남북이 합의 한 소장회의 개최를 비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은 지난해 9월14일 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북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남북은 매주 1회 소장회의를 열며 필요한 경우 더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남북 고위 당국자가 매주 소통을 하기로 한 약속은 한반도 평화 무드와 맞물려 기대감을 일게 했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북측 소장인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의 일방적 불참이 그 이유다.
[개성=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9월 14일 북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개소식이 열렸다. |
북측은 존 부위원장 대신 소장대리인 황충성·김광성 조평통 부장을 소장회의에 참석시켰으나 구색만 갖췄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마저도 지난 2월22일 이후 지난 24일까지 13주 연속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이 서로 합의한 건 매주 금요일인데 북한 사정으로 나오지 못하고 우리만 올라가서 기다리다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서로 약속한 날짜긴 하지만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제 북측 사정을 감안해서 내려오면 하고, 우리가 필요할 때 연락해서 내려오게 된다면 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주일을 고정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상대와 협의해서 되는 날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고위당국자는 ‘북측과 협의가 된 부분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북측에 얘기 안 했고 신임 소장이 누구라는 것도 알리지 않았다”며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중에 (통일부) 장관이 나름대로 유관기관 협의를 마치면 그와 별도로 말하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청사 내부 [사진=뉴스핌 DB] |
그는 ‘연락사무소 합의서 파기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합의서는 그대로 두되 운영의 묘를 살려보자는 것”이라며 “합의서가 있어서 매주 금요일에 갈 수는 있지만 못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합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면서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소장 회의 정례적 안 열리는 데 대해선 유감스럽지만 실사구시 차원에서의 운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대처가 아닌 북측의 일방적인 불참에 따른 부담을 덜기위한 ‘미봉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라며 “현재 정부는 북한과 잘 지내려고만 하는 ‘그룹씽크(집단사고)’에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처음부터 매주 1회는 의욕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며 “북한은 필요에 의해서만 남한을 만나는 것이고 운영의 묘를 살리고 싶겠지만 그게 우리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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