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각종 통상 문제에서 툭하면 '관세 카드'를 꺼내들어 동맹국을 위협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관세를 이민 문제와 연계시켜 인접국인 멕시코를 압박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오는 6월 10일부터 불법 이민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모든 물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7월 1일 10% △8월 1일 15% △9월 1일 20% △10월 1일 25%로 점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라며 불법 이민자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하는 것이 중단돼야 이같은 관세 조치를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의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에 대한 멕시코의 소극적 태도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에 긴급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 대규모 침략을 허용하는 멕시코의 수동적인 협력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에 긴급하고 보기드문 위협으로 간주된다"며 "멕시코는 매우 강력한 이민법을 갖고 있어 이민자들을 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포함, 이들의 불법 유입을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기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멕시코산 물품 "모두"가 관세 부과 대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 내용을 확인하고, 향후 수 주간 멕시코로부터 충분한 협조를 얻는다면 관세 계획은 무효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 추진 등에도 불구하고 불법 이민자들이 급증하자 꺼내든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로이터가 인용한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미국으로 매일 평균 4500명의 불법이민자가 들어오고 있으며 약 8만명이 체포돼 구금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선거 출마 때부터 불법 이민자 축소를 자신의 주요 정책 의제로 내세우고 취임 뒤에도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남부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예산 배정을 통해 장벽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자 올해 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다른 행정부 부처의 예산을 전용해 장벽 건설을 강행했다. 그러나 최근 연방법원이 의회 승인없는 예산 전용은 위헌이라며 일부 구간에 대한 공사 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 멕시코 측은 당장 보복조치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아주 심각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수스 세아데 멕시코 외교부 북미 담당 차관은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행사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미국과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는 보복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위협이 현실화하면 아주 심각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헤수스 세아데 멕시코 외교부 북미 담당 차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발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대체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USMCA의 비준을 마무리하는 일이다.
지난 27일 캐나다 하원은 USMCA 비준 절차에 들어갔으며 멕시코 정부는 이날 중 상원에 비준 관련 자료를 제출할 전망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USMCA를 30일 후에 의회에 제출할 수 있게 하는 행정 절차를 계획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관세 계획은 무역 분쟁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민 문제에 관한 것이라며 앞으로 수주 동안 멕시코로부터 충분한 협조를 얻는다면 관세가 발효되지 않거나 신속하게 철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된 별도 예고 기사를 통해 일부 백악관 참모들은 대멕시코 관세 위협에 반대, 이같은 행동은 금융 시장을 놀라게하고 행정부의 최우선과제인 USMCA의 비준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년동안 트럼프는 통상에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세 사용을 늘려왔다"면서 "이제는 (그 목표가) 이민이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트럼프 행정부는 저평가 통화국의 수입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 환율과 관세를 연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요 동맹국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와 차 부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를 지렛대로 삼아 우방인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제출된 상무부의 보고서를 토대로 당초 지난 18일까지 EU산 등 수입산 자동차와 차 부품에 최고 25%의 관세부과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 결정을 오는 11월 14일까지 180일 미뤄둔 상태다. 협상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