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김동욱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꺼져가는 MBC 드라마국의 불씨를 살려냈다. 첫 타이틀롤, 원톱 주연을 맡은 드라마에서 그는 매회 시청률 상승세를 이끌며 성공적으로 극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8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종영을 맞은 김동욱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직 드라마 관련 스케줄이 다 끝나지 않아 긴장을 풀지 않은 그였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은 후련한 속내를 털어놨다.
"회차마다 액션이 굉장히 많아서 체력적으로 끊임없이 어려웠어요. 생각보다 많이, 끝까지 액션신이 나왔죠. 이 드라마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라는 제목이 너무 낯설고 끌려서였는데, 대본도 정말 시청자들이 느낀 것처럼 재밌었어요. 매회 1고구마, 1사이다라고 할 정도로 크고 작은 나름의 해결책들이 나와 통쾌했고요. 저도 좀 모니터하면서 통쾌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했어요. 최서라, 양태수 이런 갑질 대마왕 캐릭터들을 마주하면서는 연기지만 아주 흥미롭고 재밌는 순간이었죠."
김동욱의 이번 드라마는 근로감독관 이야기인데다, 노동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덕에 주 52시간 근무는 더 철저히 지켜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어려운 점을 묻자 그는 "저 말고 스케줄 짜는 조연출님이"라고 말끝을 흐려 웃음을 줬다.
"아마 스케줄 짜는 조연출과 피디님 압박이 컸겠죠. 배우들은 특별히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걱정하거나 불편하지 않았어요.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주 52시간 근무가 잘 지켜져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몰랐던 걸 학습했다기보다, 우리가 다루던 얘기들이 실제 뉴스에서 이슈가 됐던 것들이고, 많은 국민들에게 공분을 샀던 일, 안타까웠던 일들이 나왔단 게 많이 실감됐어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드라마처럼, 그런 사건들에도 나름의 이런 해결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고요."
극중 유도선수 출신이자 무사안일주의의 공무원 조진갑을 열연한 김동욱은 평범한 아저씨 비주얼을 위해 증량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신경 쓴 이 부분은, 시청자들이 그의 연기를 완전히 다르게 볼 수 있게 한 첫 번째 비결이 됐다.
"조진갑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고충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약간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만큼 통쾌하게 해결하는 장면도 나오죠. 그런 부분들이 과연 현실성이 있나? 괴리감이 들게 하는 장면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반대로 조진갑의 외형이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고 듣는 모습은 아주 현실적이고 어디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었으면 했죠. 의상이나 외형에 신경을 많이 쓴 이유고, 연기톤도 신중하게 잡고 가려고 노력했어요."
전작 '손 더 게스트'와 180도 달라진 외모 탓에 김동욱의 체중 증량 비법에도 극 초반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와 관련된 비화를 얘기하며, 김동욱은 액션신이 계속된 탓에 애써 키운 체구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촬영 비화를 털어놨다.
"일단 많이 먹어서 살을 찌웠죠. 초반에는 식사량도 많이 늘리고 운동량도 많이 늘려서 전작들에 비해 사이즈를 키웠어요. 작품 하면서는 유지하려고 노력했고요. 제가 알기로는 제 대역을 해주신 분이 저와 체형을 맞추려고 실제로 경량 패딩을 입고 찍으셨대요. 그분까지 덩달아 체중 늘린다고 억지로 먹기도 하고요. 막판엔 거의 살이 빠져서 '손 더 게스트' 때 얼굴이 보인단 얘기도 있었죠. 실제로 후반부에는 최대한 촬영에 지장이 없는 컨디션을 유지하려다보니 먹고 운동할 시간에 대본을 보거나 쉬게 됐어요. 사이즈를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김동욱에 따르면, '조장풍'의 대본은 늘 1~2주 전에 미리 나왔다. 그럼에도 드라마 내용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장의 문제들을 실시간으로 담아낸 것처럼 생생한 리얼리티를 자랑했다. 그는 "작가님이 선견지명이 있었다보다"면서 감탄했다.
"처음에 제목이나 설정, 캐릭터, 주인공이 아주 낯설었어요. 근로감독관이라뇨. 반면에 대본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았고 누구나 재밌어할 거라고 확신했죠. 어떻게 공감이나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보다는 우리 작품의 낯설음을 좀 없애고, 일단 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한번 보면 재밌어 하실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죠. 다행히 마니아도 생기고 시청률도 올랐는데, 주연으로 당연히 좋았고 촬영 내내 즐거웠어요."
김동욱은 이번 작품에서 유도 기술을 보란 듯이 사용해 유쾌한 액션을 보여줬다. 점차 발전하는 액션 실력에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유도 실력이 나쁘지 않구나. 제대로 배우면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다가도, 운동 선수 역에는 손사래를 쳤다. '이렇게까지 액션 안해도 되나' 싶은 차기작을 만나는 게 김동욱의 바람이다.
"유도는 한 달 정도 드라마 전에 집중적으로 배웠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치고받는 신이 아니라 전문 유도기술을 보여줘야 했죠. 국가대표급 유도선수 출신이라는 설정이 부담됐지만, 보신 분들이 어설프단 말을 안하셔서 개인적으론 만족해요. 실제 3회에서 노숙자 옷을 입고 했던 액션은 롱테이크로 자동차 3대를 뛰어 넘으면서 90% 이상 다 제가 했는데, 모니터 하면서 '아 다행이다' 했어요.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찍은 액션신이 저 때문에 어설퍼 보이면 큰일이잖아요. 다행히 잘 나왔고, 나중엔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죠."
누구보다 정의롭고, 갑질에 저항했던 조진갑. 김동욱은 얼마나 그와 닮았느냐는 물음에 "얼굴이 많이 닮았다"고 한번 더 우스갯소리를 했다. 상반기 MBC 드라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덕에 시즌2 얘기도, 연말 시상식 수상 예측도 조심스레 흘러나오지만 김동욱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저 다음 작품을 위해 "털어내고 싶다"고 말할 뿐이었다.
"제가 조진갑과 얼굴이 가장 닮았죠.(웃음) 사실 그런 상황에 많이 처해보지 않아서 막상 제가 정의로운 선택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비겁하게 살지 않으려 노력은 하는 편이지만요. 물론 조진갑처럼 주변 사람들과 항상 함께 하는 듬직한 사람이 되고 싶은, 그런 마음은 있어요. 차기작을 아직 보고있지는 않지만, 하반기에 아마 저는 촬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상이든 뭐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서 빨리 털어내야죠. 어떤 결과물들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때 돼봐야 아는 거고요. 뭐라도 주시면 감사히 받지만 베스트 커플상은 김경남, 설인아 씨가 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하."
jyyang@newspim.com [사진=키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