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핌] 백지현 기자 = 지난 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방문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데올로기와 공포 선동(fear-mongering)을 이끄는 정치인들에 의해 유럽 공동체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최근 유럽 전반에서 나타나는 극우 약진 현상에 대해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3일간의 루마니아 방문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이탈리아 국내 정치, 유럽의회 선거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는 유럽의회 선거 이후 나온 교황의 유럽정치에 관한 최초 발언이다.
앞서 지난달 23~26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진영은 녹색당 진영과 함께 세력을 확장했다. 이로 인해 중도우파와 중도좌파는 40년만에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데 실패했다.
극우 혹은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정당들은 영국, 프랑스,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탈리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 정치인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북부동맹은 선두를 기록했다.
교황은 근래의 이탈리아 정치를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이는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럽 전반이 그러하다고 전했다.
교황은 유럽사회에 국가 설립 초기의 이상을 되살리자고 호소했다. 더불어 분절과 경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우리는 정치인들이 솔직해지도록 해야한다. 그들은 비방, 명예훼손, 스캔들 등 부정한 배너 아래 (정치적) 캠페인을 수행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지만 특정 국가나 사례를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은 이어 "유럽은 이 순간 대포와 폭탄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다"며 "유럽이 비관주의 혹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압도되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인들에게 지난 20세기에 있었던 제 1, 2차 세계대전의 서곡이 된 유럽의 분절 상황을 기억할 것을 강조했다. 교황은 "부디 이 때로 돌아가지 말자. 역사를 통해 배우자. 같은 구멍에 빠지지 말자"며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6.02. [사진=뉴스핌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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