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가 강화된 환경규제로 인해 조업 정지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고로 가동이 중단될 경우 피해액이 조 단위가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충남도는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한 당진제철소 제 2고로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확정했다.
앞서 경북도와 전남도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고로 1기에 대해 각각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경북도와 전남도는 현재 포스코로부터 의견서를 제출 받고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확정 처분까지 한 두달 더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충남도는 현대제철에 대한 청문절차를 생략한 채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확정했다. 현대제철은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조업정지를 최대한 늦춘다는 계획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이날 '철의 날'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진행하던 방식으로 보수를 했습니다만 지자체(충남도)는 현행법 위반으로 조업정지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
그는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고로 보수시 브리더(Bleeder, 안전밸브장치)를 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으로 집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철강협회를 비롯해 전세계 철강협회, 고로사, 엔지니어사들과 고민을 해서 대안을 찾아봐야 할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장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협회에서 해명 자료를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 미세먼지 확산에 철강사 환경오염 관심 증가…"전세계 철강사들 같은 방식"
앞서 환경단체들은 철강사들이 고로 브리더를 통해 대기오염 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환경부 및 지자체가 심의 끝에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포스코 9개(포항 4개, 광양 5개), 현대제철 3개(당진) 등 총 12개의 고로(용광로)가 가동중이다. 철강업체들은 고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월 1회 정도 점검 및 보수를 진행한다. 정비 기간에는 쇳물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수증기를 주입해야 한다.
이 때 압력이 상승하면서 고로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리더(Bleeder, 고로 내부에 공기를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안전밸브장치)를 개방한다. 압력밥솥의 폭발을 막기 위해 증기를 배출하는 것과 같은 논리란 설명이다. 개방하는 동안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 분진 등이 배출된다.
환경단체들은 "대기오염 물질을 저감 장치를 거치지 않고 브리더를 통해 불법으로 배출했다"며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포스코센터 [사진=포스코] |
반면 철강업계는 "브리더 개방은 대체할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이 없어 전세계 제철소들이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안전밸브의 개방은 고로의 안전성 및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1년 365일, 24시간 상시 가동되는 고로의 특성상 조업 정지 이후 재가동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 걸린다. 고로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액이 조 단위가 넘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선, 자동차 등 전방산업까지 고려하면 철강업체들의 철강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가 막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제철의 3개 고로외 포스코의 9개 고로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 앞으로 무더기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각 지자체 및 환경부와의 추가 협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3개 고로외 나머지 9개 고로에까지 조업정지 처분이 확산되지 않도록 지자체 및 환경부와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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