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반세기 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허허벌판에서 한국 조선업을 개척하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인력과 자본, 기술을 합쳐 한국 조선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지난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맺으면서 밝힌 소회다. 권 부회장은 전부터 "한국 조선업이 세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빅2'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공언해왔다.
권오갑 한국조선해양 대표 [사진=현대중공업] |
지난 2017년말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며 일선에서 물러났던 권 부회장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에 따라 신설한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조선업계에선 권 부회장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5일 현대중공업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물적분할에 성공한 현대중공업은 현재 노조의 파업 등 강한 반대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장 실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재차 현장 실사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실사 이후에도 유럽 등 주요국의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있어 연내 인수를 마무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평소 누구보다 '소통'을 중시하는 권 부회장의 역할론이 주목받는 것도 그래서다. 향후 노조와의 대화 및 울산지역 여론을 달래는데 권 부회장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의중도 잘 헤아려 '복심'으로 통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정몽준 대주주와 '축구'로 인연을 맺어 40년 가까이 함께해오고 있지 않느냐, 권 부회장 만큼 오너 일가의 의중을 잘 헤아리는 인물도 드물다"며 "한국 조선업의 발전을 위해서나 대우조선해양의 성공적 인수를 위해서나 앞으로 권 부회장의 역할이 점점더 커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권 부회장은 노조의 반발이 극심하던 지난달엔 울산 지역 5선 국회의원이자 전 국회부의장 출신인 정갑윤 의원과 만나 울산경제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논란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권오갑 부회장과 만나게 돼 울산시민들의 소리, 지역의 분위기를 전달했다"면서 "꽤 긴 시간 허심탄회하게 신중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번 논란이 상생의 방향으로 차분히 해결됐으면 하는 데 서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권 부회장은 울산현대축구단 단장,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 사장,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 등을 지냈다. 1997년부터 현대중공업 임원으로 재직하며, 현대중공업 홍보실 설립을 주도하는 등 언론과의 소통에도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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