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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주치의의 스포츠 이야기] ‘힘내라 여민지” 여자 월드컵을 바라보는 조마조마한 마음

기사등록 : 2019-06-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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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월드컵을 보면 두 가지 마음이 든다.

첫번째는 안타까움이다. 의료적인 관점으로 보면 여성은 스포츠에, 특히 축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여성의 몸으로 이겨내기에 축구는 너무 터프하다.

두번째는 놀라움이다. 그런 어려움을 딛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여자 월드컵에 여민지가 출전했다. 여민지는 놀라운 기량을 지닌 테크니션이다.

여민지. [사진= 대한축구협회]

알고보면 한국은 월드컵 우승국이다. 2010년 북중미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은 우승을 차지했다. 나이지리아, 스페인에 이어 한일전으로 치러진 결승에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여민지 덕분이다. 2010년 대회에서 여민지는 눈부신 기량을 뽐내며 우승컵과 함께 득점왕과 MVP까지 거머쥐었다.

그 때 여민지가 쓴 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가 쓴 축구 일기엔 여민지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단단한 선수인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가 쓴 기사를 보면 그 중 한 부분이 나온다.

‘아프리카의 아침, 가젤과 사자가 잠에서 깬다. 가젤은 사자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안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는다는 걸 안다. 그래서 둘은 온 힘을 다해 뛴다. 네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마찬가지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에 출전한 여민지. [사진= 대한축구협회]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였지만 여민지는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했다. 발목 인대를 다쳐 직접 치료를 하기도 했다. 상당히 큰 부상이라 수술을 해야 했는데, 여민지와 여민지의 어머니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강인하고 영리하고 똑똑한 선수라는 걸 진료실에서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17세 때 세계 정상에 오른 소녀는, 그 후로 오랫동안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9년 만에 다시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6월 7일 열린 개최국 프랑스와의 월드컵 개막전에서는 0-4로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아직 한국 여자 대표팀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노르웨이, 나이지리아와 경기가 남아있다. 모두 육체적으로 강인한 유럽과 아프리카 팀이다.

이번 여자 월드컵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될 것 같다. 그가 사자보다 더 빠르게 뛰는 가젤이 되기를. 그가 가젤을 낚아채는 사자가 되기를.

 

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선발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 제1호 상임 주치의 김현철 원장.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을 동행했다. 지금은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을 ‘아시아 스포츠 재활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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