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산업은행 이사진이 이동걸 회장 친정체제로 더 공고해졌다. 이사 임면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이 현 사외이사 체제를 재신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이 회장은 그 동안 추진해온 방식대로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등 굵직한 매각 건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말 총 5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 중 임기가 만료된 양채열(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이사의 1년 연임(2020년5월)을 결정했다. 또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에 최방길(경희대 대학원 특임교수)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김학선 기자 yooksa@ |
양 이사의 연임으로 산은 사외이사 5명의 임기는 오는 2020년 하반기에 모두 마치게 된다. 공교롭게도 임기의 시작과 끝이 이동걸 회장 임기와 같다. 이 회장은 2017년9월에 취임해 2020년 9월 임기만료다.
양 이사의 연임의 경우 산은 이사의 임면권한을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이 이 회장 체제를 신뢰한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특히 산은 이사진은 이동걸 회장처럼 현 정권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 철학을 공유한다. 양채열 이사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지냈다. 김남준 이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사법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 활동을 한 바 있다. 이윤 이사는 산업연구원에서 이동걸 회장과 함께 일한 적(1987년~1996년)이 있다. 이사진의 또 다른 축인 서철환 상임감사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실무추진단장을 지냈다.
이동걸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 캠프에서 금융정책 수립에 참여했다.
이사진의 친정체제가 공고히 된 것은 정권의 신뢰 신호다.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매각, 현대상선 회생 등에 보다 힘을 쏟을 지지를 얻은 셈이다. 이 회장은 우리 경제의 수십 년 묵은 애물단지인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아시아나항공, 현대상선의 주인을 구조조정과 M&A(인수합병)으로 바꿔버렸다. 한국GM 사태도 금속노조의 물리적 투쟁에도 구조조정 원칙을 잘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노조 등 강성노조의 저항으로 정권 처지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도, 이 회장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어려운 구조조정 건을 제대로 해결했고 당국과 호흡도 잘 맞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남은 구조조정건을 잘 대응하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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