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기술의 발달이 미술관과 박물관 풍경을 바꾸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관람 방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보러가기 전 자신의 예술 취향을 미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아보기도 하고, 굳이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원하는 작품을 얼마든 감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6월 한국문화기술연구소와 기술협약을 체결해 미래형 문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또 안내 로봇 큐아이가 지난해 보급돼 디지털화된 박물관의 모습을 구축하고 있다. 큐아이는 자율주행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 안내, 챗봇 서비스가 가능해 관람객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이런 문화기술에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예산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올해 문화연구 개발비는 727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35%에 불과한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분야는 기업이 영세하고 대외변수에 취약해 민간의 자발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아쉬워했다.
◆ 앱과 유튜브로 미술관·박물관을 손안에…관람객과 거리 좁히기
국립현대미술관 어플리케이션 [사진=국립현대미술관] |
시장에서는 앱 개발이 예술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앱 종류도 다양하다. 선호하는 작품의 취향을 알아봐주고, 이를 반영한 전시를 추천하는 '아트맵'을 비롯해 'Bazaart'는 소비자가 직접 이미지를 자르고 편집하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덕분에 팝아트 같은 작품을 누구나 손쉽게 작업할 수 있다. 집에 걸고 싶은 작품을 대여할 수 있는 창구도 생겼다. 비싼 가격이 부담될 때, 혹은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앱 '오픈갤러리'가 대안일 수 있다.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주기적으로 미술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작품을 대여해준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앱 회원 확보에 한창이다. 3월 구축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안내 시스템 서비스 앱 다운로드 수는 5만8082건이었다. 올해는 6개월 만에 4만6000건을 넘어섰다.(6월 4일기준 4만6435건). 월평균 구독수도 증가했다. 월평균 국립현대미술관 앱 다운로드 건수도 지난해(지난해 월평균 5808건)보다 159% 상승한 9289건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4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큐레이터 토크와 라이브 전시투어, 작가 인터뷰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올해 신규 사업으로 예산까지 확보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예산이 그리 많지는 않다"면서도 "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영상콘텐츠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구글 '아트 앤 컬쳐' 8년간 굳건…미술관·박물관의 수명은?
국립중앙박물관 스트리트뷰 [사진=구글 아트앤컬쳐] |
구글은 미술관·박물관의 스마트화에 적극적이다. 덕분에 보다 넓은 관람객층과 전시품을 확보하고 있다. 구글은 8년 전부터 비영리 온라인 전시 플랫폼인 '아트 앤 컬쳐'를 열어 전 세계 누구나 예술 작품과 역사, 세계문화유산을 실감나게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80여개국 1800개 이상의 파트너를 갖고 있으며 600만개가 넘는 자료와 40만점 이상의 예술작품, 7000여개의 온라인 전시를 열고 있다.
작품과 전시장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특성화돼 있다는 게 '아트 앤 컬쳐'의 장점이다. 초고해상도를 자랑하는 아트카메라로 촬영, 이미지 품질은 10억픽셀을 넘어선다. '박물관 보기' 기능으로 미술관과 박물관 내외부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영조어진, 채용신, 1900, 국립고궁박물관, 왼쪽: 전체 작품 이미지, 오른쪽 : 특정 부분을 확대한 이미지 [사진=구글 아트 앤 컬쳐] |
최근 구글 '아트 앤 컬쳐'는 파리에 위치한 아트 앤 컬쳐 랩에서 디자인과 예술 분야와 과학 혁신기술인 인공지능(AI), 머닝러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의 발달이 작품 관람에 편의성을 준다는 건 사실이지만, 미술관과 박물관은 제자리를 지키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예술이 가진 원본성과 유일성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신상철 교수는 "원본은 작가가 만들어낸 실제 결과물이다. 미술관에서 작품으로 작가를 대면할 기회를 얻는 것"이라며 "원본에는 작가의 노동의 흔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복제물은 그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술관·박물관과 디지털 정보는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며 "원본에 접근이 어려운 경우 혹은 지리적 문제로 볼 수 없는 상황, 작품 훼손의 문제로 전시할 수 없는 경우 디지털 전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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