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경찰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범행 동기를 "현재의 결혼생활이 깨질까 불안해서 저지른 계획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유"라며 고유정의 사이코패스 가능성을 일축했다.
11일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프로파일러의 심리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유정의 범행을 '우발 범죄'가 아닌 '계획 범죄'로 규정지었다. 프로파일러 조사 결과 고유정의 정신질환이나 별다른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고유정은 여전히 자신의 범행을 전 남편의 성폭행을 피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고유정이 자신과 이혼 후에도 아들을 계속해서 만나려고 전 남편 때문에 재혼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흔들릴까 불안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코패스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반면, 고유정은 가족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봐서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씨가 6일 오후 제주 제주시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6.06 leehs@newspim.com |
전문가들은 고유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 측 설명이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고유정이 '사이코패스'일 확률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결혼 생활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일반적으로는 그 정도 이유로 살해한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유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동기는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 결혼 생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를 전 남편이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고유정은 공감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 임기응변이 상당히 뛰어나고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 등에서 범죄 지능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라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의 말은 거짓말일 확률이 높고 앞으로도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고,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낼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마 고유정은 전 남편이 자신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면접교섭권 소송을 통해 아이를 보여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앙심이 쌓였을 것"이라며 "그러다가 현 남편과 관계까지 흐트러질 위기에 처하니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전 남편으로 돌리는 인지적 왜곡의 모습을 보이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합리적인 시선으로는 고유정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보통 애착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배우자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심지어 살해하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냉혈한의 모습을 보이지만 사이코패스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정신병이나 망상까지는 아니지만 일종의 '경계성 성격장애'를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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