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 딸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가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피의자 부부가 아이 시신을 옮기거나 은폐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으면서 사체유기 혐의 적용 없이 아동학대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2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7개월 딸 A양을 6일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치사)로 B(21)씨와 C(18·여)씨 부부가 지난 7일 구속됐다.
경찰 로고 [사진=뉴스핌 DB] |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양육문제 등으로 서로 다툰 뒤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A양 혼자 집에 놔두고 외부에서 생활했다. 이들은 31일 오후 각자 집에 들어와 A양의 사망을 확인했음에도 그대로 두고 다시 집을 나왔고, 다음 날인 1일 함께 들어와 1시간가량 머문 뒤 재차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오후 7시 45분쯤 딸 부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을 찾은 외할아버지가 숨진 A양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거실에 놓인 종이박스 안에 담긴 상태였다.
경찰은 지난 5일 B씨 부부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해 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초 이들에게 사체유기 혐의도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우선 구속영장에는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찰은 사체유기 혐의 적용 가능성을 놓고 법리를 검토 중이다.
일반적으로 사체유기 혐의는 사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은폐할 경우 적용된다. 이번 사건에서는 B씨 부부가 A양의 사체를 집 안에 방치해뒀을 뿐, 유기한 정황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현재 사체유기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며 끝까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조사 결과 추가적인 혐의점이 없다면 현재로서는 사체유기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사체를 유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혐의 적용은 어렵지 않나 싶다”면서 “추가 조사에서 이들이 사체를 유기하려고 모의하는 등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다면 혐의 추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형사부 판사 출신의 신중권 변호사도 “보통 유기라고 하면 다른 곳으로 사체를 옮기는 개념이기 때문에 집에 방치한 것은 사체유기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며 “별다른 혐의 정황이 없다면 아동학대 치사 혐의의 연장선상으로 봐야할 것 같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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