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노딜’로 끝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으로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관심이 쏠린다.
북미 정상 간 대화 동력은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인 친서 전달에 일각에서는 ‘톱다운’ 방식을 통한 교착 국면 탈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홍민 “김정은, 전략적으로 비핵화 언급은 피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며 “그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따뜻한 멋진 친서였다. 나는 이에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친서 내용과 전달경로 등은 언급하는 대신, 김 위원장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매우 긍정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6.12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전달됐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북미 간 대화 동력이 상실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조만간 대화가 재개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전환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번 친서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외교가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대신 북미 정상 간 ‘신뢰’를 확인하며 3차 북미정상회담 또는 이를 위한 실무회담 개최의 명분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 정상 둘 사이의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표시하는 쪽으로 무게를 뒀을 것”이라며 “비핵화 관련 특정 내용들이 들어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북한은 전략적으로 비핵화 내용 자체가 들어가는 것을 피했을 것”이라며 “관련 의제를 친서에 거론하며 대화하자는 식으로 가는 것은 상당히 수세적이고 절박한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북한은 당당하게 배수진을 치면서 미국에 공을 넘기는 협상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북미 모두 하노이 노딜 이후에 서로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명분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6.12 1주년을 맞아 발송된 친서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구 "싱가포르 회담 정신 입각해 대화하자는 수준"
문성묵 “美 요구 근접하는 언급 없었을 것”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6.12 싱가포르 회담 정신에 입각해 대화 하자는 원론적인 수준의 내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구체적으로 일단 대화 하자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늬앙스의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며 “또한 1차 북미정상회담 1년을 맞이해서 그간 (정상간에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으니까 앞으로도 해나가고 싶다는 식의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난 4일 북한 외무성 담화를 통해 이미 자신들의 입장을 내놨다고 볼 수 있다”며 “하노이에서의 미국 측 요구에 근접하는 내용을 친서에 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18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건데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댄 스커비노 주니어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감과 6.12 북미공동성명에 대한 이행 의지가 담겼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도 지금 미국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제안을 수용한다’는 식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이번 친서는 일단 협상으로 가기위한 징검다리”라며 “대화재개에 대한 의사가 충분히 담겼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문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낸 의도’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 ‘협상 시한’을 정해놨는데 그걸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대화 시동이 걸려야 한다”며 “이번 친서는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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