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배우 김민희의 연인 홍상수 감독이 이혼소송에서 패소했다. 혼인관계를 깨뜨린 책임이 있는 홍 감독의 이혼 소송 청구가 적법하지 않다는 ‘유책주의’에 따른 것으로, 언론에 혼외자가 있다고 공개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이 재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성진 판사는 14일 오후 2시 홍 감독이 아내 A 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홍 씨와 A 씨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기는 하였으나 그 판단의 주된 책임이 홍 씨에게 있고 유책배우자인 홍 씨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더라도 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60년간 이어져 온 ‘유책주의’ 유지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법원이 다시 한번 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을 포함한 비슷한 사건에도 같은 판단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홍상수 감독(왼쪽)과 배우 김민희 [사진=뉴스핌DB] |
대법원은 간통죄가 폐지된 2015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가능한 지 여부를 심리한 끝에 대법관 7대 6의 의견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1965년 이른바 ‘축출 이혼’을 막기 위해 유책주의를 인정하기 시작한 지 50년 넘게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혼인의 파탄을 자초한 배우자에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고 있는 도덕성에 근본적으로 배치된다”며 “배우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는 축출이혼을 시인하는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혼인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희망하지 아니하고 있는 상대방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서는 이혼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방 배우자에게도 그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유책배우자에게 보복을 돕는 등 파탄된 혼인의 계속을 강제하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에는 이혼이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 유책주의를 따르는 것이 옳다고 봤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소셜 밸류 커넥트 2019'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19.05.28 leehs@newspim.com |
반면 절반 가까운 6명의 대법관들은 유책주의의 반대인 ‘파탄주의’를 보다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다수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혼인 생활의 회복이 불가능해 법률이 정한 부부공동생활체로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소멸했다면 이는 실질적인 이혼상태”라며 “법률 관계를 확인․정리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혼인 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 상태에 이르러 혼인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 사유가 그 혼인 해소를 결정짓는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하므로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는 이유로 이혼 청구를 해서는 안된다는 판례는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한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가 이미 오래 전 파탄났으며 내연 관계의 여성과 혼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지난해 7월 본격화 됐지만 아직까지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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