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가를 놓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임차인 간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이달 임대계약이 끝나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인 '판교원마을 12단지'는 LH와 감정평가를 거쳐 분양전환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성남시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이번 합의가 전면 무효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할 계획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연합회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이 시세 감정평가가 아닌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택지에 지어진 중대형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은 주택법 제57조에 따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
연합회는 판교원마을 12단지, 백현마을 8단지, 백현마을 2단지, 산운마을 13단지, 연꽃마을 4단지로 이뤄져 있다. 이들 5개 단지 중 4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분양전환이 이뤄진다. △판교원마을 12단지(올해 7월, 428가구) △백현마을 8단지(올해 11월, 340가구) △백현마을 2단지(내년 2월, 491가구) △산운마을 13단지(내년 8월, 809가구) 등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인 법무법인 원에서 작성한 법리검토 의견 [자료=성남시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 |
연합회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원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리검토 의견을 받았다. 해당 의견에는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10년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은 주택법 제57조에 따라 산정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주택법 제57조에 따르면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주택은 이 조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 분양가격 이하로 공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급되는 주택을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이라고 한다.
반면 LH는 법무법인 정윤, 태평양 두 군데에서 법리검토 의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LH는 연합회와의 합의가 최종 결렬될 경우 감정평가 방식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이 아니다"며 "분양전환 가격을 감정평가 방식으로 진행하는 내용이 공고문에도 나와있는 만큼 감정평가 방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연합회 소속 아파트 단지들의 분양전환가격은 최대 15억원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실의 작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내년 2월 분양전환 예정인 백현마을 2단지는 가구당 평균 분양전환금이 15억15만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금액은 인근 공동주택단지의 최근 1년간 실거래가격의 90% 수준을 근거로 산출한 것이다. 다음달 분양전환하는 판교원마을 12단지는 가구당 평균 분양전환 예상가격이 10억7459만원으로 집계됐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LH 또는 민간건설사가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공택지에 건설한 임대주택으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도입됐다. 시세 65% 이하의 저렴한 임차료로 최장 10년간 살 수 있다.
하지만 판교의 분양전환 시기가 도래하면서 분양전환 가격을 놓고 임차인과 LH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10년 사이 주변 아파트 가격이 2~3.5배 상승한 데 따라 분양전환 가격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계약서상 기준인 '2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평가금액의 산술평균'을 고수하고 있다.
LH가 박종철 판교원마을 12단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과 작성한 일대일 협약서 [자료=성남시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 |
이러한 상황에서 LH와 박종철 판교원마을 12단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LH 경기본부에서 감정평가를 거쳐 분양전환에 나서기로 한 내용의 협의문을 작성했다. 판교원마을 12단지 임차인대표 측에서 감정평가사를 정해 감정평가를 진행한 다음 산정된 액수를 기반으로 분양전환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연합회는 LH가 이 일대일 협약서를 박종철 임차인대표회장과 비밀리에 단독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이 단지 내 주민들의 신임을 잃고 임차인대표회의 자격에 대한 해임 요청을 받고 있음을 LH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악용했다는 것.
서정호 연합회장은 "판교원마을 12단지 주민 428가구 중 300가구 이상은 박종철 임차인 대표회장의 직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박종철 대표회장과 LH가 맺은 협약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 회장이 LH와의 협약서에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 개개인을 대상으로 가구별 동의를 받는 것이 분양전환의 절차상 원칙"이라며 "반면 LH는 박종철 대표회장 한 명하고만 협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협약서를 쓴 후에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LH는 감정평가 분양전환 관련 합의가 비밀리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판교원마을 12단지 임차인 대표는 법적 단체의 대표로 돼 있다"며 "대표 지위를 가진 사람과 합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합의가 비밀리에 이뤄졌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절차상으로는 임차인대표회의가 이달 말까지 감정평가법인을 추천하면 다음달 감정평가 의뢰가 진행된다. 하지만 임차인대표회의가 감정평가법인을 추천하지 않으면 LH는 감정평가협회에 감정평가법인 추천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판교원마을 12단지의 분양전환 시점이 예정(다음달)보다 늦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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