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비리 은폐를 위해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측이 “검찰이 변경한 공소장도 여전히 일본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7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부장판사와 조의연·성창호 판사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피고인 측은 변경된 공소장에 피고인과 관련 없는 내용이 기재돼 있어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관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는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을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피고인들은 지난달 20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문제 삼았다. 이에 검찰이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제출한 바 있다.
이날 검찰 측은 “처음 기소한 공소장도 대법원 판례와 법 규정에 의하면 일본주의 위배가 아니라는 주장이었으나, 변호인 측이 이의를 제기해 최대한 논란이 되지 않도록 다시 공소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공무상비밀누설죄는 위험범이고, 위험이 어떻게 구체화·현실화 됐는지도 공소장에 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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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판례와 법 규정에 비춰 보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점과 관련된 것만 기재해야 한다”면서도 “일본주의에 다소 위배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형사재판의 적정한 운영을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를 명확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기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법원행정처의 지시에 적극 협조해 수사 내용을 보고한 이후 행정처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특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보고받아 누설되게 했다는 부분은 관련이 없는 것 같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임 전 차장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과 공모한 것으로 기소되지 않았다”며 “임 전 차장의 혐의까지 공소장에 기재해 이 재판부에서 심리하고 결론짓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재판장이 공소장 내용의 추가·삭제·변경을 지적할 수 있으나, 그에 따라 다시 공소장을 변경할지는 검찰의 판단 문제”라며 “잘 판단해서 다음 기일 전까지 정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식 재판에 들어서 변호인 측이 다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할 경우, 재판부는 더 이상 재판을 하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조 부장판사 측은 “피고인이 누설한 비밀의 범위도 특정해달라”고 검찰 측에 요구했으나, 검찰은 “신광렬 피고인이 작성한 보고서에 정리돼 있고, 보고서 내용 중 피고인들이 보고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재판을 통해 입증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검찰 수사가 사법부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수사 내용을 파악하라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장판사는 이를 당시 영장전담 법관이었던 성 부장판사와 조 부장판사에게 지시해 내용을 보고받은 뒤, 보고서를 작성해 임 전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다음 재판은 내달 1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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