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인천 7개월 영아 방치 사망' 사건으로 이른바 '청소년 부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가 미온적 대처는 물론, 보건복지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복지부 역시 청소년 부모 문제가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대한민국 정부'의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사진=여성가족부] |
18일 뉴스핌 취재 결과 여가부에서 시행하는 청소년 부모 대상 지원사업은 전무한 상황이다. 청소년 부모는 청소년기본법상 24세 이하 청소년이면서 임신·출산으로 부모가 된 이들로, 경제적·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청소년 부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가부 산하 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역시 청소년 부모만을 위한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은 제공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여가부는 청소년 부모 지원사업이 없다는 지적에 "청소년이 임신·출산한다면 근본적으로 국가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청소년 부모 지원 정책이 정말 여가부에만 해당되는 정책인지는 애매하다"고 밝혔다.
심지어 복지부도 관련이 있다며 책임을 전가하기까지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건강·의료 분야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청소년 부모에 대한 지원을 왜 여가부에서 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에는 어폐가 있다"고 했다.
여가부 산하 기관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관계자는 "복지부에 청소년 부모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며 "우리들까지 지원하면 중복 지원의 가능성이 있어 사업이 따로 진행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에 대해 복지부는 여가부에서 담당해야 한다며 청소년 부모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청소년 부모 지원책 마련은) 여가부 일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복지부는 만 18세 이하 임산부에게 임신 1회 당 최대 12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부모의 출산 이후 양육·보육 관련 지원 정책은 마련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4세 이하 청소년 부모 중에서도 만 18세 이하 청소년만 출산 전후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뿐, 이들 특성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양육·보육 관련 서비스 및 교육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만 18세 이하 임산부에게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를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청소년 부모에 대한 별도 지원을 복지부에서 해야 한다는 말은 조금 이상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도 "청소년 관련 대책은 여가부 각 부처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여가부와 복지부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청소년 부모는 사각시대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예산은 1조788억원이다. 2015년 6193억원에서 해마다 증가추세로 올해 1조원을 넘었다.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인명구조와 화마에 싸우는 소방방재청의 2019년 예산은 2197억원으로 여가부의 5분의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부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은 물론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복지부가 지원하는 출산수당 및 아동수당은 저출산 해결 및 의료 지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청소년 부모이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며 "여성, 가족, 청소년은 여가부 소관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부모는 지원이 필요한 취약 계층이지만, 지원이 법적·제도적으로 확립된 것이 아니어서 지원책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해 이들 특성에 알맞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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