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케이-팝(K-POP) 열풍'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대중문화전도사' 역할을 해 온 엔터업계 '빅 3', 즉 에스엠과 와이지엔터, JYP엔터가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에스엠은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경영개선 요구를 받았고, 와이지는 승리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며 대표가 사퇴하는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JYP는 주가가 흘러내리는 가운데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에서 보듯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는 만만치 않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빅 3'를 중심으로 국내 엔터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한국 대표 엔터테인먼트기업 에스엠(SM)이 기로에 섰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입각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이수만 회장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발전적으로 수용하면 지배구조 및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만 반대로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시장외면으로 기업가치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엠이 주주 행동주의의 타겟이 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 [사진=SM엔터테인먼트] |
앞서 에스엠의 3대주주인 KB자산운용은 지난 5일 에스엠 지분을 6.60%에서 7.59%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KB자산운용은 주주서한을 발송,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들어갔다.
KB자산운용은 주주서한에서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합병과 배당 등을 요구하고, 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0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못박았다.
KB자산운용 측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에스엠에게 수취하는 인세는 소액주주와 이해상충에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라이크기획과 에스엠 간의 합병 그리고 30%의 배당성향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또한, "에스엠 USA 산하의 자회사들과 에스엠에프앤비는 본업과 관련성이 없고, 현재까지 발생한 적자규모를 감안할 때 역량도 부족하다. 심지어 에스엠을 퇴사한 이수만 총괄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사업이라는 사실은, 구태적인 기업문화를 보여준다"며 "이에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실제 1997년 설립된 라이크기획(이수만 회장 지분율 100%)은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을 명목으로 매년 에스엠 별도 매출의 최대 6%를 인세로 수취하고 있다. 과거 19년간 누적 규모는 약 965억원이다. 2015년 라이크기획 인세 지급 방식을 음반 매출의 최대 15%에서 총 매출의 최대 6%로 변경한 이후에는 4년간 인세 규모가 168억원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고, 인세율이 측정되는 근거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지적이다.
자회사 에스엠 USA는 미국에서 호텔 리조트, 와이너리 등 본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을 영위하며 적자를 기록 중이다. 에스엠이 청담동에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의 소속 법인인 에스엠에프앤비는 6년 누적 211억원의 순적자 상태다. 또한, 에스엠은 2000년 상장 이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상황이 이리 되자 이수만 회장으로선 곤혹스럽게 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에스엠 최대주주인 이수만 회장 지분은 특수관계인 포함 19.49%에 불과하다. 8.18%를 가진 2대주주 국민연금과 3대주주 KB자산운용(지분율 7.59%), 4대주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13%) 지분을 합하면 20%가 넘어 이수만 회장을 앞선다.
이수만 회장으로선 KCGI의 공격에 진땀을 빼고 있는 한진그룹이 떠오를 만하다. 이수만 회장이 이번 요구를 거부할 경우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의 효율화, 비용구조의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면 운용사 입장에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수만 회장의 지분이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지분 다 합친 것보다 낮으니까 불리한 건 사실"이라고 봤다.
[자료=KB자산운용] |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소송전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에스엠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KB자산운용은 지난 5일 지분 확대 공시를 하면서 경영 참가 목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튜브와 방탄소년단의 수혜를 통한 케이팝의 글로벌화는 현재진행형이며, 많은 투자자들이 그 가능성에 함께하고자 기획사 산업에 투자했지만, 승리 이슈와 반복되는 실적 쇼크로 수혜를 함께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주주서한은 그 수혜를 함께 누리고자 함이며, 에스엠도 언론을 통해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한 만큼 분명한 성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금융투자는 "일부 적자 자회사들이 정상화되면 에스엠의 올해 영업이익은 현재 예상치(550억원) 대비 36%까지 개선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익 개선 가능성을 밸류에이션에 반영해 목표 주가수익배율을 34배로 상향, 목표주가를 5만8000원으로 기존 대비 12% 높였다.
KTB투자증권 역시 에스엠 목표주가를 4만6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남효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엠이 투자자들과 적극 소통을 통해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혀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에스엠 주가는 6월 5일 주주서한 발송 이후 지난 17일까지 4.4% 상승했다. 이날은 600원(1.62%)하락한 4만4900원에 하락마감했.
한준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이수만 회장 개인의 배임이나 횡령 이런 게 아니고 회사 경영의 효율화 요구를 한 것이니 반박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면 어느정도 수용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사업들에서 수익이 저조한 거는 사실 아닌가. 주주 입장에선 비효율성 개선 요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게 실현된다면 긍정적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 2분기 에스엠의 실적은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서형석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실적은 부진했으나, 2분기 이후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면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498억원, 영업이익 78억원을 예상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0.4% 늘고, 영업이익은 22.2% 준 수치다. 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5%, 177.0% 증가한 것이다.
서형석 연구원은 "엑소(EXO) 컴백과 다양한 유닛 활동이 예상되는 등 아티스트 왕국에 중국 현지화 그룹 웨이션브이(WayV) 런칭 등 중국 성장 스토리가 유효하다"며 "아울러 SM C&C와 키이스트 등 자회사 실적 턴어라운드 전망과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을 계기로 일고 있는 주주가치 개선 기대감도 있다"고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