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산호 기자 = 2020년 중국 당국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도 폐지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자동차 기업들과 손잡고 중국 배터리 시장 공략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 또한 이에 만반의 방어태세를 갖추고 대비에 나섰다.
닝더스다이 전시장 [사진=바이두] |
17일 중국 경제 매체 21스지징지왕(21世紀經濟網)은 중국 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자동차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시장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공급망 확충 및 생산력 증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혁신연맹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 수는 총 41개사로 전월 대비 2곳이 감소했고 전년 동월 대비 20곳이 줄었다.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배터리 업계 상위 3개사의 생산량은 7.5GWh(기가 와트시)로 중국 전체 생산량의 75.6%를 차지했다. 범위를 상위 5개사로 넓히면 생산량은 8.4GWh, 점유율은 84.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운데 3년 동안 중국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떠나있던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자동차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다.
6월 12일 중국 로컬 브랜드 1위 자동차 기업인 지리 자동차(吉利汽車, 00175.HK)는 LG 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50:50 지분으로 두 기업이 각 1034억 원씩 출자한다. 지리 자동차는 LG 화학과의 계약 이전에 이미 닝더스다이(寧德時代, 300750.SZ)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배터리를 조달받으며 배터리 업체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일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도 올해 1월 파나소닉과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며 중국시장 공략을 예고한 바 있다. 도요타는 중국 다롄(大連)에 있는 파나소닉의 배터리 생산 및 연구시설을 공유하게 된다. 최근에는 닝더스다이 및 비야디(比亞迪, 002594.SZ)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지리 자동차가 택한 배터리 수급 다양화 전략을 따랐다.
올해 1월 파나소닉과의 파트너십을 발표한 도요타 [사진=바이두] |
한국, 일본 배터리 기업들의 권토중래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은 2017년 1월 이래 2년 6개월째 중국 당국의 보조금 정책에서 외면받고 있다.
2016년 6월 20일 중국공신부는 ‘자동차 배터리업계규범조건’(이하 규범조건)을 발표했다. 삼성과 LG, 파나소닉 등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들은 이 규범조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해당 규범조건을 바탕으로 작성된 ‘신에너지 자동차 활용에 관한 추천자동차 목록’(이하 추천목록)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최종적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LG와 삼성의 배터리를 채택했던 창안(長安), 상하이자동차(上汽),지리(吉利) 등 중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부랴부랴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로 갈아타야 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 업체인 닝더스다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이후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닝더스다이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자 광저우자동차(廣汽), 둥펑(東風), 지리 등 중국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닝더스다이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배터리 확보에 나설 정도였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2020년 중국 당국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도 폐지를 앞두고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2018년 7월 LG 화학은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에 있는 빈장(濱江)개발구에 20억 달러(약 2조 3678억 원)를 들여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공사는 작년 10월 착공에 들어갔고 올해 10월에는 배터리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환신(三星環新) 배터리 또한 작년 11월 시안(西安)에서 2단계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리 자동차와 LG 화학의 합작법인 설립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중국 당국이 외국 배터리 기업에 중국 내 공장 건설을 유도하고 있어 향후 2년간 중국과 외국 배터리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난징 LG화학 배터리 생산공장 [사진=바이두] |
중국 배터리 업체들, 판로 및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중국 배터리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배터리 생산능력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자동차 기업들과 서둘러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빠르게 행동에 나서고 있는 기업은 중국 배터리 시장 선두 주자인 닝더스다이와 비야디다.
닝더스다이는 과거 한국 기업들이 빠지면서 확보한 중국 주요 자동차 기업과의 배터리 공급 계약에 더불어 BMW, 다임러, 폴크스바겐 등 해외 자동차 기업과의 배터리 공급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볼보, 도요타와도 파트너십을 맺으며 ‘동맹’을 착실히 늘려가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닝더스다이의 순이익은 10억4700만 위안(약 1788억 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53.4% 증가했다. 2위인 비야디의 7억5000만 위안(약 1281억 원)을 따돌리고 업계 중국 배터리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자사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생산에 주력해온 비야디 또한 판로 확보 및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왕촨푸(王傳福) 비야디 이사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비야디 사업의 대외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배터리 사업부를 독립 및 상장에 나설 계획"이라 밝히며 "상장 시점은 2022년 전후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6월 6일 열린 비야디 주주총회에서 ‘우수한 품질의 배터리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도 밝혔다. 비야디의 배터리 사업의 성장을 가로막은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생산력 부족'이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65GWh로 끌어 올릴 예정인데 2018년 비야디의 생산능력이 13.37GWh였던 점에 비춰보면 2년 만에 생산능력을 4배나 높인다는 소리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칭하이(青海), 충칭(重慶), 후난닝샹(湖南寧鄉) 등지에 신규 배터리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자동차 기업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더 많은 주문을 수주해야 한다”며 “중국 시장에 맞춤화된 산업시스템과 낮은 생산비용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중요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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