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어선이 지난 12일 오후 9시께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지만 군은 이를 약 58시간 동안 몰랐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심지어 현장 출동도 해경보다 1시간 늦었던 것으로 알려져 군의 해안‧해상 경계태세가 심각한 우려 수준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군의 발표와 달리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스스로 정박시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北 목선, 15일 오전 6시 50분께 삼척항 정박...
산책 주민, 방파제서 어슬렁거리는 北 어민 발견 후 112 신고
이날 군에 따르면 선원 4명이 탑승한 북한 소형 어선(목선)은 지난 12일 오후 9시께 NLL을 넘어 남하한 뒤 직선거리로 약 130km를 이동, 15일 오전 6시 50분께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해 있다가 산책을 나온 우리 주민이 112로 신고(동해 해경)해 관계당국에 인계됐다.
군은 주민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NLL을 넘은 것이 12일 오후 9시께이고 주민 신고는 15일 오전 6시 50분께 접수됐으므로 약 58시간, 정확히는 57시간 50분 동안 이를 몰랐던 셈이다.
길이 10m, 폭 2.5m, 무게 1.8톤의 소형 북한 어선은 지난 9일 일요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북한 어선군에 합류했다.
이어 11~12일 약 이틀 간 위장조업을 한 북한 어선은 12일 오후 9시께 NLL을 넘었고, 13일 오전 6시께 울릉도 동북방 30노티컬마일(약 55km) 해상에 도착해 정지해 있었다.
북한 어선은 같은 날 오후 8시께 기상악화로 표류했다. 그러다 이후 특정할 수 없는 시간에 최단거리 육지를 목표로 항해를 시작했고 이튿날인 14일 오후 9시께 삼척 동방 2~3노티컬마일(약 4~5km)에서 엔진을 정지시킨 채로 대기했다.
그러다 15일 오전 일출이 끝난 시간에 삼척항으로 다시 출발해 오전 6시 20분께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 부분에 접안했고 홋줄을 이용해 배를 부두에 정박시켰다.
이후 30분 뒤인 오전 6시 50분께, 삼척항으로 산책을 나온 지역 주민이 어선과 선원들을 발견했다.
신고한 주민에 따르면 4명 중 2명은 어선 내부에 있었고 2명은 방파제에 나와 있었다. 1명은 인민복, 1명은 얼룩 무늬 전투복, 2명은 작업복이었는데 신분은 민간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신분을 포함해 선원들의 진술내용 등 구체적인 부분은 신변 보호 차원에서 밝히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주민 "어디서 왔느냐" 묻자 北 어민 "북한에서 왔다. 서울 이모와 통화하게 전화 빌려달라"
군에 따르면 주민은 당시 선원들의 옷차림이 특이한 것에 주목해 “어디서 왔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선원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서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할 수 있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7시 35분에서 8시 45분 사이에 해경 경비정이 어선을 동해항으로 예인했는데, 이날 오전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군은 해경보다 약 1시간 늦게 출동했다.
해경에 따르면 해경 순찰팀은 신고 4분 뒤인 6시 54분 현장에 도착했고, 7시 18분께 해경 경비정이 이어서 도착했다.
이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얼마나 늦게 갔는지) 구체적인 시간은 확인해줄 수 없지만 해경보다 현장에 늦게 출동한 것은 사실”이라며 “신고가 해경에 먼저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군 함정이 해상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해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 해상‧해안 경계망 우려 증폭…北 어선, 육군‧해군‧해경 감시망 모두 뚫고 남하
정경두 국방 “근무기강 바로 잡아야…책임자는 엄중 처벌” 강하게 질타
군은 이번 사태에서 주민 신고가 있기 전 사전 탐지에 실패한 것은 물론 현장 출동 등 사후 대처 또한 늦어져 논란을 빚고 있다.
군은 우선 사전 탐지에 실패한 이유로 어선의 크기‧재질, 파고(波高‧파도의 높이), 감시요원들의 미흡, 그리고 레이더 노후 문제를 들었다.
북한 어선이 파고보다도 높이가 낮은 소형의 목선인데다 매우 느리게 항해해서 이를 식별하기 어려웠다는 게 군의 입장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재 해상‧해안 경계망으로 북한 어선이 NLL을 넘어 130km나 넘어온 것을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군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나 어선이 삼척항에 접근할 당시 NLL 부근에서 해상 경비함정과 P-3C 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 등이 정상적으로 초계 활동을 펼쳤고 육군도 해안 감시망을 작동 중이었다.
게다가 삼척항에서 운영 중인 해양수산청과 해경의 CCTV까지 있었는데도 사전 탐지에 실패했다.
또 지난 17일 군은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며 “저속으로 해류에 따라 왔고 동력이 없어 탐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북한 어선이 동력을 이용해 항해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군의 해안‧해상 경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019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강원도 삼척항 부두를 통해 북한 어선이 들어온 사건과 관련해 "재발방지를 위한 제반대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06.19 leehs@newspim.com |
◆해안‧해상, 해군·육군 경계작전 책임자 처벌 불가피..줄줄이 징계절차 예고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이에 대해 “작전 및 근무기강을 바로잡고 책임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2019년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우리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 보고, 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장비의 노후화 등을 탓하기 전에 작전 및 근무기강을 바로잡아 정신적인 대비태세를 완벽하게 굳건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해안‧해상 경계작전 관계관과 해군, 육군 등 경계작전을 책임지는 담당자들에 대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은 이와 관련해 “(책임을) 어느 수준까지 물을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어디서 문제점이 있었는지 식별되면 상응하는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군에 따르면 북한 선원 4명 중 2명은 이미 판문점을 통해 북측으로 송환된 상태이며,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귀순 절차 및 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 선박은 해군 1함대에서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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