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북한 당국이 양강도 주민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모시는 행사를 상시 대비하기 위해 주민 강제동원령을 내리고 철도정리작업을 지시했지만 주민들이 농사를 이유로 집단 불참을 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당국이 개인 텃밭농사에 바쁜 주민들을 양강도 철도주변 정리작업 강제동원해 이에 대한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지난 4월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삼지연군 공사현장 시찰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
양강도 김정숙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3일 새벽 김정숙군 읍에서는 도당의 지시로 철도주변을 정리하는 노력동원사업이 조직됐지만 이것이 무산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군‧당조직을 통해 인민반장들이 각 세대에 포치(어떤 사업에 앞서 일정한 사람이나 집단 또는 단위들에게 사업의 목적과 의의, 할 일의 내용, 수행 방법 등을 알려 주는 것)했지만 몇 명의 주민들만 나오고 대부분의 주민이 집단적으로 불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이 불참한 이유는 지금 소토지 밭(뙈기밭)에서 옥수수 두벌김(논이나 밭의 김을 두 번째로 매는 일) 매느라 바쁘기 때문”이라며 “그런 가운데 주민들이 몇 시간을 공짜 노동에 바칠 정신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소식통은 또 “작업동원시간은 새벽 5시부터 7시까지였지만 주민부락에서 철도까지는 10리 밖이어서 주민들이 새벽 4시에는 떠나야 작업동원에 참가할 수 있었다”며 “그렇게 되면 농사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대거 불참을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특히 “이 일을 보고받은 군당위원회에서는 동사무소 당위원장을 불러다놓고 이 문제를 심각한 비상사태라고 판단하고 그날 저녁으로 주민 비상소집회의를 열었다”며 “회의에서는 사회동원에 불참하도록 선동한 불순분자가 없었는지 조사하는 한편 불참한 주민들의 자아비판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상투쟁회의가 끝난 뒤에는 모든 주민들이 손전지(손전등)를 들고 밤 9시부터 11시까지 새벽에 하지 못한 철도정리작업에 강제 동원돼 철도자갈을 다시 깔고 철도주변을 정리했다”면서 “작업장에는 당 간부들이 나와 주민들의 불평이 나오지 않도록 감시하는 웃지 못 할 광경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북한 노동당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당의 구상과 결심을 받들어 삼지연군건설 2단계공사를 힘있게 다그치자'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
이와 관련해 양강도 혜산시의 다른 소식통은 “양강도에 있는 백두산밀영과 삼지연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혁명의 성지’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백두혈통을 이어가려는 최고지도자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라면서 “이 때문에 양강도 도당에는 ‘언제든 (김정은) 모심행사를 철저히 대비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자주 내려온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1호 행사(김정은 모심행사)가 예견되는 몇 달 전부터 혜산 주민들은 철도와 도로주변을 정리하느라 장사도 못하고 소토지농사가 엉망이 돼 불평이 많다”면서 “최고존엄이 양강도를 시찰하는 행사가 잦아질수록 주민들의 강제노력동원이 증가되면서 생계에 지장을 주고 있어 당국을 원망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