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고유정(36)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이와 관련한 막말과 조롱이 도를 넘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강서구 PC방 살인 김성수(30) 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등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음에도 오히려 범죄에 무감각해지는 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SNS 등에는 고유정과 관련한 각종 게시물 및 댓글이 올라와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고유정에 대한 비난과 함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의 범죄를 희화화 하거나 유머로 활용하는 글도 상당수 확인됐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
누군가를 비난하며 '고유정한테 당했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것은 예삿일이고, 고유정처럼 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는 뜻인 '고유정 하고싶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고유정은 물론,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36)씨, 심지어 유가족에 대한 성적 희롱과 조롱, 막말도 다수 보였다.
고유정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인 졸피뎀, 표백제 등을 묶어 '고유정 6종 세트를 판다'는 충격적인 글도 목격됐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와 고유정을 언급하며 '누가 이길까'라고 비교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사회 질서를 헤치는 흉악범죄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대상을 마치 게임 속 캐릭터인 듯 일종의 오락거리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경우 사회 전체가 범죄에 둔감해지고, 그릇된 문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행동의 원인은 흉악한 범죄일수록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라며 자신을 과시하고 싶을 때 주로 관측된다"며 "사회 속에서 외롭거나 박탈감이 큰 사람일수록 이런 행동을 통해서 관심 받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극적인 흉악범죄가 계속 발생하면서 타인의 고통에 점점 둔감해지는 현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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