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성상우 기자 = '5G 속도 1등' 타이틀을 놓고 이동통신 업계의 설전이 치열합니다. 자체 측정한 수치로 5G 속도가 1등이라고 광고했던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의 뭇매를 맞았고, 이제 LG유플러스는 "공개 검증하자"고 재반격에 나선 상황이죠.
이동통신 3사가 잇따라 브리핑을 열고 기술 설명과 해명을 한 이 상황에서도 이용자들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가 1등이라는 거야?"라는 의문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1등을 뽑기엔 이르다"입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LG전자가 첫 5G 스마트폰 ‘LG V50 씽큐(ThinQ)’를 출시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시민들이 단말기를 체험하고 있다 2019.05.10 alwaysame@newspim.com |
이통사들의 5G 네트워크가 성능을 측정해서 순위를 매길 만큼 유의미한 규모로 아직 구축되지 않았고, 이를 평가할 가입자 수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준을 놓고 같은 상황 조건 하에서 속도를 측정해야 공평한데 이처럼 통일된 기준 역시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특정 회사가 자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측정한 값으로 서로 "우리가 1등이다"라고 주장만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죠. SK텔레콤과 KT가 LG유플러스의 광고 문구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상황적 조건을 통일한 특정 상황에서 속도를 측정할 순 있지만 이는 아주 일시적인 수치입니다. 지금 측정한 수치나 순위는 전국망이 깔리면서 금방 바뀔 것이기 때문이죠. 이용자 입장에서 통신사 선택의 기준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즉, 어느 회사의 5G 속도가 빠르고 품질이 좋은지 측정하려면 네트워크 규모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구축되고 가입자도 더 확보돼야합니다. 조금 더 기다려야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이통사들의 이같은 논쟁은 왜 벌어졌을까요? SK텔레콤의 5G 네트워크 책임자인 류정환 5GX Infra그룹장은 지난 26일 열린 브리핑에서 "이 논쟁은 통일되지 않은 기준에 따른 결과값을 두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습니다. 5G 장비 및 장치, 속도 측정 기준, 품질을 해석하는 기준이 회사별로 다 다르다는 것이죠. 통신업계의 기술적인 내용을 모르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서로 1등이라고 주장만 하는 이 상황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장비 수? 장치 수?..."통일되지 않은 기준에서 생긴 오해"
류 그룹장은 가장 먼저 '장비'와 '장치'의 개념 차이가 '기지국 장비 수'에 대한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비는 하드웨어 자체를 의미하며 장치는 장비 내에 탑재된 '출력 포트'를 의미한다"면서 "5G 패시브 장비(8T)의 경우 장비는 하나인데 탑재된 출력포트는 8개 이므로 장치는 8개인 것이 되고, 5G 액티브(32T) 장비의 경우 장비는 하나이고 출력 포트도 1개인데 보통 한번에 장비 두개를 설치하므로 장비와 장치가 모두 2개가 설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류정환 SKT 5G인프라그룹장이 5G 네트워크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성상우 기자] |
각사의 5G 망 구축 전략에 따라 패시브 장비를 먼저 설치할 것인지 액티브 장비를 먼저 설치할 것인지 달라지는데, 패시브 장비를 먼저 구축하는 회사의 경우 '장치' 수가 일시적으로 많게 표시되고 액티브 장비를 먼저 까는 회사는 장치 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표시될 수 있는 것이죠 .
두 장비 중 어느 것을 먼저 까느냐는 회사의 전략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느 장비가 더 성능이 좋으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커버리지 지역 특성에 따라 다른 장비를 선택하는 것이죠. 유동 인구가 많고 건물이 많은 도심 지역 커버리지에 우선순위를 둔 회사의 경우 액티브 장비를 초반에 많이 구축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국망이 어느 정도 구축되는 시점에선 각 이통사의 패시브와 액티브 장비 수 비율은 비슷하게 수렴하게 됩니다. 지금 시점에서 일시적으로 드러나는 장비 및 장치 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죠.
◆ 어디가 더 넓게 깔았을까? 비교도 아직 시기상조
"어느 통신사가 더 넓은 지역에 5G망을 구축했나" 즉, 커버리지 관련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통사별로 커버리지 면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또한 전국망이 어느정도 구축되는 내년 이후엔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네트워크를 넓은 범위에 깔았지만 그 범위안에서 촘촘하게 서비스가 안될 수 있고, 아직 좁은 범위밖에 깔지 못했지만 그 범위 내에선 모든 지역에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차이가 있는 것이죠.
물컵 10개에 물을 가득 따르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사람에 따라 10잔 모두에 절반씩 우선 따르고 다시 첫번째 컵으로 돌아와서 나머지를 채우는 방법이 있지만, 첫번째 컵부터 차례대로 가득 채우면서 10번째 컵까지 따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10잔 모두에 물을 가득 따르게 되는 시점은 결국 다 비슷할 겁니다.
류 그룹장은 이에 대해 "SK텔레콤의 경우, 한번 기지국을 설치할때 완벽하게 커버해야된다는 원칙으로 한 곳에 3개의 장비를 모두 설치하고 넘어가는데, 경쟁사의 경우 장비 1개씩 여러 곳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경우, 장비가 커버하는 곳만 점으로 찍어 표시하면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 점들에선 장비당 120도밖에 전파가 미치지 않아 사실상 완전한 5G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지국 장비를 빈틈없이 설치하면서 음영없는 커버리지를 넓혀나가는 방식과 커버리지 면적을 우선적으로 넓혀나가는 방식의 차이를 지적한 것입니다.
◆ 내년부터 본격 5G 품질 비교 가능해질 듯
그렇다면 이용자들은 언제쯤 이통3사의 5G 품질을 제대로 비교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내년부턴 의미있는 품질 비교가 가능해질 듯 합니다. 5G 통신을 관할하는 당국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현시점에선 5G 품질을 조사할 만큼 네트워크 구축 수준과 가입자 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 공식적인 집계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식 품질 측정을 시작한다는 방침입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LG유플러스 휴대폰 대리점. 매장 입구에 통신3사 중 속도 1위라는 홍보판이 놓여있다. [사진=김지나 기자] |
본격적인 5G 품질 비교를 해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합니다. 물리적인 네트워크 구축 규모와 속도 뿐만 아니라 5G 전용 서비스나 콘텐츠가 어느정도 확보되느냐도 또 하나의 평가 항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초반부터 5G 품질 검증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정 회사의 과도한 마케팅 탓도 있지만 5G 상용화 직후부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품질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이유도 있다"면서 "현재 시점에서의 5G 성능 비교는 의미가 없다. 지금은 일단 열심히 구축하는 상황이다. 이통 3사가 다 같은 상황인 것. 내년은 돼야 의미있는 품질 비교가 가능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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