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고유정(36)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경찰이 ‘의붓아들 사망’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 남편 살인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국민적 질타를 받는 경찰이 이번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청주 상당경찰서 형사과장 등 5명과 충북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 2명 등 수사관들은 이날 제주구치소에서 의붓아들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유정과 대면조사를 벌였다.
[제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이 지난 12일 오전 제주 제주시 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9.06.12 leehs@newspim.com |
당초 경찰은 지난달 말 고유정과 대면조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검찰이 ‘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어 구속기간을 연장하면서 수사 일정을 다소 늦췄다.
경찰은 그동안 고유정의 휴대전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디지털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하고 의붓아들 A(4)군에 대한 약물 투약 여부·처방 내역 등을 분석했다.
경찰은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고유정을 상대로 혐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아울러 고유정의 현 남편 B(37)씨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고유정은 전 남편 살인 사건과 관련, 수사기관에서 줄곧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36)씨의 성폭행을 막다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의붓아들 사망 의혹은 고유정이 저지른 일련의 범행 동기와 계획성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물론, 최종 형량을 결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남편 살인 사건 수사와 관련해 ‘부실수사’ 비판에 직면해 있는 경찰에게도 이번 수사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경찰은 미흡한 초동대처 등 수사 곳곳에서 허점을 보였고, 고유정을 체포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강씨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는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 의혹 규명에 경찰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A군은 3월 2일 오전 10시쯤 B씨와 함께 살던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전날 B씨와 같은 방에서 잠이 들었으며, 안방에서 따로 자고 있던 고유정은 숨진 A군을 발견한 B씨의 비명을 듣고 119에 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질식사 추정’이라는 부검 소견을 내놓았지만, 정확한 사인은 특정되지 않았으며 특이 약물·독물도 검출되지 않았다.
이후 B씨는 지난달 13일 고유정이 A군을 죽인 정황이 있다는 취지로 제주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다 일어나보니 아이가 질식사 했다는 것이 결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전 남편 살인 사건도 그렇고, 이번 사건 모두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의 심각성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된 측면이 있고,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핵심 증거들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 우려된다”면서도 “경찰이 ‘부실수사’라는 불명예를 떨쳐내기 위해서는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이번 의혹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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