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장애인 복지의 걸림돌로 꼽히던 '장애등급제'가 1일부터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는다. 정부는 장애등급제 대신 수요자 맞춤형 복지제도를 도입해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일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1989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대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를 시행해 복지수혜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사진=보건복지부] |
기존 장애등급제는 신체적·정신적 손상 정도에 따라 장애인을 1~6등급으로 분류했다.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장애인들에게 복지 혜택이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획일적 기준으로 장애 등급을 나눈 탓에 장애인들의 개별적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기존 1~6급으로 세분화했던 등급 기준을 중증과 경증으로 단순화해 복지 수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통해 장애인의 개별적 복지 수요를 파악한 뒤 실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의 올해 예산은 약 2조7000억원이다. 복지부 전체 예산(72조5148억원)의 약 3% 수준이다. 복지부는 장애인정책국 예산을 5000억원 가량 증액해 내년에는 3조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대비 약 19% 증액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 단체는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뤄졌음에도 여전히 불만 섞인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수요자 맞춤형 복지제도가 도입되면 필요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복지부가 신청한 내년도 장애인 복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행진에 나서고 있다. 2019.06.28. sunjay@newspim.com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집회 및 전동행진'을 열고 "폐지에 따라 늘어날 예산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폐지부터 하는 것은 가짜 폐지"라고 비판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내년 예산을 증액 요청했다고 하지만 결국 최저임금 인상분에 따른 증액 수준이고, 복지 지원 시간은 109시간으로 그대로"라며 "결과적으로 복지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약 9000억원의 증액이 이뤄져야 현실적으로 복지 변화가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복지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수십여 개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예산안을 만들 때 각 사업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바로 잡아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은 기획재정부에서 심의 중이다. 기획재정부의 심의가 끝나면 예산안은 국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올해 말 확정된다. 다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 삭감이 불가피해 장애인 단체의 불만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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