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스위스 주식의 EU 거래소에서 매매가 금지된 데 따라 유럽 주요 지역 트레이더들 사이에 일대 혼란이 벌어진 가운데 이번 사태가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후폭풍의 예고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반(反)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위대가 국회의사당 밖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로이터 뉴스핌] |
수 십 년간 보장됐던 거래의 자유가 차단될 때 벌어질 수 있는 시장 혼란이 스위스와 EU의 양자 협정 합의 무산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얘기다.
1일(현지시각) CNBC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부터 스위스 주요 기업의 주식을 EU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에 본사를 둔 운용사가 스위스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거래하려면 취리히 증권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
이는 EU가 비회원국인 스위스에 제공했던 동등 지위를 박탈한 데 따른 결과로, 양측의 관계 악화는 지난 2014년 스위스가 국민투표에서 EU 시민권자의 취업 이민에 쿼터제를 시행하기로 한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UBS와 크레디트 스위스(CS)가 본사를 둔 취리히는 유럽의 금융허브 가운데 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지역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들이 런던에서 스위스로 거래 거점을 옮기는 데 분주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거래는 급감하기 시작했다. 취리히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상장 종목의 손바뀜이 1760만주로, 지난 28일 4670주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노 딜 브렉시트가 초래할 결과를 미리 보는 셈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네슬레를 포함한 스위스 간판급 종목의 거래가 크게 제한된 이번 사태가 노 딜 브렉시트의 잠재 리스크에 비하면 찻잔 속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0월 말 EU 탈퇴 시한을 목전에 둔 영국이 이번 스위스 사태와 금융시장 충격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스트영(EY)의 앤드류 필그림 연구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EU가 금융시장의 접근성을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영국 금융권과 정책자들이 스위스의 상황을 가볍게 여기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EU가 스위스에 동등 지위를 철회하기로 한 강경 행보는 영국 정치권에 보내는 따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브뤼셸의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연구센터의 캐럴 라누 대표는 CNN과 인터뷰에서 “유럽 정책자들이 영국에 EU 시장 접근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시 되는 보니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노 딜’이 현실화 되더라도 예정대로 10월31일 EU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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