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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인류세서 인간들이 깨달아야 할 것 '생태적 감각'

기사등록 : 2019-07-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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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특별전 '생태감각' 개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생태학은 정치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 경건한 세계에 대한 관념이다. 그것은 세계의 기획, 전 지구적인 순환,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에 두고 있다. ‘너’ 아니면 ‘나’로부터의 변화로.”

이는 백남준의 ‘글로벌 그루브와 비디오공동시장(1974)’의 일부다. 백남준은 생태학을 하나의 영역으로 구분짓지 않고 하나의 세계관으로 정의하고자 했다. 그는 기술혁명이 있는 곳에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관과 삶의 형식을 간파했다.

백남준, 사과나무, 1995, 대림문화재단 소장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인류세로 불리는 현시대는 기후변화와 환경의 위기와 심각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류가 지구를 장악하면서 자본화된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기술의 축적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인간에게 주어진 생태 감각을 잊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 인류가 지구 환경 전체에 대한 비전을 토대로 회복해야 할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워야 함을 백남준은 1960~1970년부터 주장해왔다.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백남준아트센터는 ‘예술, 공유지, 백남준’이라는 모토를 채택하고 지구 자원의 순환과 공동체의 지속성을 위한 인류 성찰과 실천을 백남준의 혜안에서 찾고자 한다. 이에 기획된 ‘생태감각’은 지구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간의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고 공생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감각을 제안한다. 5일 개막해 오는 9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이소요 'TV정원: 주석'(2019)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이번 전시에는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리슨투더시티, 박민하, 박선민, 백남준, 아네이스 톤데, 윤지영, 이소요, 제닌 기, 조은지가 참여한다.

전시 초입에 볼 수 있는 백남준의 ‘사과나무’는 나무모양을 한 미디어 조각으로 ‘TV는 환경이다’라던 그의 사유를 미디어 생태학의 관점에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올림픽과 도시의 거리, 빌딩숲, 여성 누드모델이 담긴 영상과 추상화된 패턴의 화면, 물고기, 새 등을 모티브로 한 영상들이 분배기를 통해 상영된다. 발산하는 빛과 이미지들은 33개 모니터에 담겨 관객과 만난다.

[용인=뉴스핌] 이현경 기자= 박민하 작가의 ‘대화 77-08-12’(2019) 2019.07.04 89hklee@newspim.com

이소요 작가는 백남준아트센터 1층 로비에 설치된 ‘TV 정원’을 하나의 미시 생태 현장으로 규정한다. 이곳의 생물상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조사해 일지와 표본으로 작성한 ‘TV 정원:주석’을 선보인다. 백남준의 ‘TV정원’은 10여 년의 역사와 함께하며 세균, 곰팡이, 버섯, 곤충, 식물, 사람 등 실내 조경 범주 안에서 상호작용할 실제적 생태계로 자리잡았다. 이 작가가 조사한 생물은 총 378종이다. 이 프로젝트는 작거나 중요하지 않아 가려졌던 예술작품 속 생물들을 가시화하고 현대의 생태 비평적 관점에서 ‘TV정원’을 새롭게 해석한다.

박민하 작가는 ‘대화 77-08-12’(2019)을 통해 오랜만에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어두운 블랙박스는 물고기와 인간, 기하학적 기호로 덮여있다. 이는 1969년 아폴로 12호에 넣은 달뮤지엄, 1977년 보이저 1, 2호에 부착된 골든레코드에 실린 지구의 이미지, 그리고 고대 페루의 나스카 지상화 등 인류가 우주로 보낸 시각 이미지 기호들이다. 아울러 작가는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제공받은 1962~2012년 인류가 우주로 전송한 각종 소리의 아카이브도 소개한다. 작가는 인류의 상상력과 인식을 확장하고 우주선 지구호(지구를 우주로 보고 운명 공동체적 의식을 강조하는 논리)의 한계와 가능성을 돌아보게 한다.

‘선구체-Ⅰ’과 영상작품 ‘선구체-Ⅱ’(2019)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닌 기(본명 김지원)는 수천 년 동안 지질학적 지층 속에서 지구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왔을 미디어에 주목, 인간과 기술 사이의 생태학적 관계를 유추해본다. 작가는 미디어의 물질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설치작품 ‘선구체-Ⅰ’과 영상작품 ‘선구체-Ⅱ’를 선보인다.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최근 미디어 학자들 사이에서 나온 주장 '미디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존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 5G 등 최첨단 기술이 자기장과 연결된다는 지점을 파악하고 흙과 기름, 마그네타이트 등을 조합해 자성을 일으킬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쳐 ‘선구체-Ⅰ’을 제작하게 됐다. 제닌 기는 “자성을 생각해보니 지구를 떠올리게 됐다. 원초적으로 예전부터 진행되고 발전된 미디어는 자성과 관련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선구체-Ⅰ’에서는 4분에 1회씩 자성으로 발생하는 파장을 볼 수 있다.

[용인=뉴스핌] 이현경 기자= 윤지영 작가의 '에라'(2019) 2019.07.04 89hklee@newspim.com

윤지영 작가는 ‘에라’(2019)를 통해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비판한다. 그는 인간이 편리함과 즐거움, 예쁨 등의 목적을 이루려 만든 물질을 선택해 움직이는 조각을 제작했다. 재료는 헬륨가스, 그리고 플라스틱이다. 한순간의 기쁨을 위해 만들어진 스노 글로브와 천연가스에서 화학적 분리를 통해야만 얻게 되는 헬륨이 채워진 공간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윤지영 작가는 “헬륨은 수소 다음으로 우주에 가장 많은 원소다. 지구 중력으로 잡아둘 수 없어 천연가스로 분리해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아 전량 수입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 과학 분야에서 많이 쓰이고 특히 MRI, 우주탐사, 기상관측을 목적으로 띄운다. 이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헬륨 풍선 아래에는 거울이 있는데 이는 보는 이의 얼굴을 비춘다”고 말했다.

윤 작가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을 위해 만들어진 물질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스노 글로브는 예쁜 게 뭐가 없을까 해서 설치한 거다. 여기에는 방수를 위해 미세 플라스틱을 쓴다. 또한 눈 내리는 현상은 글리세린으로 연출한다. 즉, 자연의 속도를 따라하기 위해 인위적인 화학 재료가 들어가는 거다. 예쁜 것을 편하게 누워 많이 보시고 자연도 함께 감상하길 바란다. 제 작업 방식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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