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자유한국당이 5일 의원총회를 열고 마지막 20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이끌어갈 위원장 후보자로 김재원 의원을 선출했다.
당초 한국당은 예결위원장직 후보 등록을 했던 김재원 의원과 황영철 의원에 대해 투표로 최종 후보자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황 의원이 경선을 거부하면서 김 의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의총 시작 20분만에 황 의원의 경선 거부와 김 의원의 무투표 당선이라는 결론이 나오긴 했지만, 과정은 소란스러웠다.
한국당은 의총을 시작부터 전면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황 의원이 "언론 앞에서 공개적으로 발언을 할 기회를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후보자가 공개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2019.07.05 kilroy023@newspim.com |
황 의원은 원내 지도부가 앉아있는 의총장 앞에까지 나가 강력하게 요구했고,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발언을 하게 해 달라"고 힘을 보탰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는 거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논 끝에 비공개 진행을 결정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강력하게 항의하는 황 의원을 향해 "당의 관례를 지켜달라"고 설득했다.
당이 분란을 겪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한국당 의원들은 한숨을 내쉬며 "빨리 비공개를 하자"고 소리치기도 했다.
결국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지 20여분만에 황영철 의원이 의총장을 빠져나왔다. 당의 경선 결정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황 의원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브리핑을 이어갔다.
황 의원은 "1년 전 후반기 원구성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와 안상수 에결위원장과 여러 조율과 논의 과정을 통해 남은 후반기 예결위원장직을 맡는 걸로 조율했고 의총 추인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는 측근을 예결위원장직에 앉히기 위해 당이 지금까지 줄곧 지켜왔던 원칙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곧 의원직을 상실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일부 의원들이 했는데, 형의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고 그 형이 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동료 의원을 밀어내기 위해 가장 추악하고 악의적인 행동을 했다"면서 "저는 이 또한 받아들일 수 없어 (경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이번 사안이 계파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 반면, 김 의원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해 묘한 대조를 이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후보자가 공개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2019.07.05 kilroy023@newspim.com |
그는 "제가 보수대통합을 위해 복당한 뒤 소위 강성친박이라 불리는 의원들과 친교도 넓혀가고 많은 대화도 나누며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그런데 막상 자리 싸움이 시작되니 잘못된 계파의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을 목도해 대단히 실망스럽다. 지난 유승민 원내대표를 쫓아낼 때와 같은 데자뷰가 보였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며 "안상수 의원도 어제 전화해 본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직접 해도 좋다는 말씀도 주셨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 역시 이날 의총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황 의원은 또 "나 원내대표가 우리 당의 원칙을 지켜내고 어려운 동료를 지키고, 잡음이나 계파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원내에서 잘 조율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지 못했다"면서 "올바른 리더가 아니었기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고, 그런 측면에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원칙에 따라 이번 예결위원장 경선을 치렀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우리 당은 공당이다.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면서 "작은 잡음이 있지만 큰 원칙이 있고 공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갖춰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예결위원장의 임기가 이미 끝났고, 경선을 신청하는 후보자가 있다면 경선을 치르는 원칙을 지켰다고 강조하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 앞서 황영철 후보자, 김재원 후보자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07.05 kilroy023@newspim.com |
한편 김재원 예결위원장 후보자는 이날 선출 직후 "여러가지로 마음이 무겁다. 저 하나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모두 조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예결위는 원내 전략과 함께 움직여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우리 당이 정기국회를 통해 정부여당과 싸울 수 있는 유리한 수단이라고 생각해 끝까지 경선을 주장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500조 이상의 슈퍼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하고 있는데 그게 과연 우리나라의 재정상태라든지 현재의 경제난을 해소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예산인지 제대로 판단하고 심사해 국민에 부담가지 않는 예산을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계파논란과 관련해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