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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대' 도이체방크, 왜 벼랑 끝으로 내몰렸나

기사등록 : 2019-07-09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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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레이딩 사업부 청산·1만8000명 인원 감축
IB 사업 부문도 40% 축소
주요 외신들 "월가 IB 맞서는 20년 간의 야심찬 목표 내려놔"

[뉴욕=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벌금을 포함한 높은 규제비용과 저금리 등의 영업상 어려움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를 결정했다.

대규모 감원과 사업 철수 소식이 전세계 금융업계를 흔들어 놓은 가운데 런던부터 맨해튼까지 직원들은 크게 동요했고,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자구책이 도이체방크의 수익성을 회복시키는 데 역부족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글로벌 IB시장에서 사실상 발 뺀다 =도이체방크가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의 골자는 글로벌 트레이딩 사업 부문의 청산과 IB 사업의 대폭 축소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손실이 나고 있는 글로벌 트레이딩 사업부를 청산하는 한편 채권 운영 사업부를 축소하고, 투자은행 사업부문도 40% 이상 줄이는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다. 철수한 IB 사업의 일부는 BNP파리바가 인수하고 나머지 부문은 매각된다.

동시에 도이체방크는 8일 오전 런던과 뉴욕을 시작으로 직원 1만80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무려 전체 인원의 20% 에 이르는 규모다. 

감원 한파와 함께 경영진 물갈이도 진행된다. 지난 5일 가스 리치 투자은행 부문 대표가 교체됐으며, 7일에는 실비 마더렛 최고 규제책임자(CRO)와 프랑크 슈트라우스 소매금융 대표도 교체될 것이라고 은행은 밝혔다.

이밖에 740억유로의 위험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배드뱅크(부실채권전담은행) 설립도 추진한다.

위험자산 매각으로 향후 3년 이내에 2880억유로(약 380조원) 규모의 재무 건전성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레버지리 비율도 지난 3월 3.9%에서 5%로 개선돼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금이나 주식 환매의 형태로 50억유로 상당의 자본 환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방크 본사.[사진=로이터 뉴스핌]

FT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도이체 방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월 가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와 JP모간과 맞서기 위한 지난 20년 동안의 야심찬 목표를 내려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도이체방크가 독일 수출업자들의 해외 금융 거래를 포함해 덜 화려하고 덜 위험한 사업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 왜 벼랑 끝으로 몰렸나 = 한때 미 월가의 대형 은행과 대적할 정도로 유망했던 도이체방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은 금융위기 충격 및 정치적 스캔들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담보증권(MBS) 불법 환매로 도이체방크는 미국 정부에 72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었다.

이외에도 러시아 돈세탁 혐의와 금리 조작에 가담하면서 고액의 벌금을 잇따라 지불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커졌다.

UBS와 크레디트 스위스(CS)를 포함한 유럽 경쟁 업체와 달리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이 악화된 트레이딩과 IB 부문의 구조조정에 늑장을 부린 것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도이체방크는 오는 25일 발표되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 28억유로(약 3조7000억원)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임스 폰 몰트케 도이체방크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2020년 손익 분기점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향후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가의 전망은 흐리다. JP모간은 보고서를 내고 "감원 규모와 수익성 목표 모두 예상보다 공격적이지만 성공적인 실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UBS와 씨티그룹 역시 수익성 턴어라운드를 장담하기 힘들며, 유로존의 자본 비율 규제가 재무지표 개선에 잠재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도이체방크 주가는 6% 급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jihyeon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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