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사적 자치의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원리에 맞지 않는다."
지난 8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년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을 변경할 여지가 없냐"는 질문에 대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대답이다.
김 장관의 답변과는 달리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사실상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까지 검토하자 개인 재산권 침해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시장 개입 기준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판단 기준이 ′오락가락′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0년임대 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을 놓고 정부의 개입은 자본주의 논리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지만 100% 개인 소유인 재건축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서다.
이달 분양전환을 앞둔 일부 10년임대 아파트 주민들은 분양전환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분양가 계산 방식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 10년 전 계약 당시 명기한 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것.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전환가격과 관련 "계산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10년 전 입주할 때 그렇게 하기로 계약을 해놓은 것"이라며 "사적 자치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본주의 기본적인 원리에 맞지 않는다. 계약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답했다.
자본주의 기본 원리를 지키겠다는 김현미 장관의 원칙은 정작 재건축 사업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조만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키고 재건축 단지 분양가를 강력하게 통제할 방침이다. 최근 강남권에서 후분양으로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적용 폭을 늘려 사업이 상당수 진척된 단지까지 분양가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재는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상한제 적용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최근 후분양으로 돌아선 강남 재건축 단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이 많아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지금 규정이 적용되면 강남구 상아2차와 같이 분양 직전에 후분양으로 돌아선 단지는 주변 시세를 감안한 분양가 책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도 상한제 적용을 받도록 규정을 손 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재산권 침해 우려가 크다. 관리처분계획에는 일반 분양가와 조합원의 예상 수익, 분담금 계획 등이 담겨 있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조합원의 예상 수익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분담금을 확정했던 조합은 이를 재조정해야 한다. 관리처분계획도 변경해 다시 인가를 받아야 한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상한제 확대 시행시에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는 해당되지 않아 재건축 조합에서 시행 전 인가를 받기 위해서 서둘렀던 적이 있다"며 "유예기간 없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까지 상한제를 적용하면 명백히 사유재산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을 통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명기하고 있어 상한제가 시행되면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지금도 HUG에서 분양가 통제를 하고 있고 후분양을 통해 통제를 피한다고 하니 상한제를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며 "김 장관의 발언에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는 이유는 공동주택이 공공성이 있고 주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서민 주거안정을 해친다는 이유 때문인데 이같은 이유라면 서민들이 거주하는 10년임대 분양전환가격 산정에도 정부가 당연히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잣대가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