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꿈틀대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도입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조만간 확정,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2015년 사실상 폐기된 제도로 길게보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앞서 그 실효성을 짚어봅니다.
<목차>
①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3.3㎡당 6000만원?"..고가 후분양 차단
②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주변시세보다 20% 안팎 낮아질 듯
③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전문가 "강남 재건축 타겟..장기적 부작용"
④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건설업계 "공급 축소, 수익성 하락 불가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려는 이유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후분양 아파트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이라도 고가 분양으로 집값 안정화를 흔드는 상황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와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대출 규제 등으로 투자심리가 한풀 꺾였지만 분양가는 시장 상황과 별개로 급등했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 한층 강력한 제도로 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와 같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연이어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실무자 차원에서 법적 기준을 마련하려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분양가상한제 확대는 부동산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정부가 꺼내든 ′단골 메뉴′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를 땅값과 기본형 건축비, 토지 매입 이자 등 가산 비용을 넘을 수 없게 제한한다. 현재는 사실상 공공택지에서만 적용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정부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낮춰 민간택지에 도입하려는 속내는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치솟는 분양가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보다 분양가 상승률이 두 배 정도 높다"며 "집이 없는 무주택 서민이 부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실제 지표를 보면 둘 사이의 격차는 이보다 더 크다. HUG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571만원으로 최근 1년 새 12.5%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1.9% 오르는 데 그쳤다. 사실상 6배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최근에도 분양가는 HUG의 분양보증으로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 통제를 피해 후분양을 선택하는 재건축 조합이 늘자 규제 사각지대가 생겼다. 조합이 후분양으로 분양가를 정하면 주변 시세보다 비싸도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강남 재건축 단지가 잇달아 후분양을 선택하는 이유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의 경우 조합측은 3.3㎡당 4700만원대 분양을 원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후분양을 선택했다. 주변 삼성동 아이파크가 3.3㎡당 평균 6371만원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할 때 후분양하면 3.3㎡당 최소 6000만원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일반분양 지연으로 조합원이 떠안는 금융비용은 늘지만 분양가를 3.3㎡당 1000만원 이상 비싸게 받는 게 낫다고 계산한 것이다.
후분양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돕고 부실시공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 조합은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면서 제도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가장 먼저 상아2차와 같이 분양 직전에 후분양으로 돌아선 단지의 분양가를 통제하기 위해서 상한제 적용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현재는 상한제 시행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상아2차와 같이 선분양 직전의 단지는 관리처분인가를 이미 받았기 때문에 상한제를 시행해도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행령을 수정해 분양 직전인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경우 최근 후분양을 선언한 단지는 모두 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관리처분계획에는 예상 분양가와 이에 따른 조합원들의 예상 수익, 분담금 등이 담겨 있다. 상한제 적용으로 예상 수익이나 분담금이 변경되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다시 받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소급 적용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반분양가를 낮추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사업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며 "정부가 상한제 적용 방침을 밝히면서 후분양을 검토하던 단지들이 다시 선분양을 고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등 시장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상한제 적용으로 '로또 아파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공공택지와 같은 수준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전매제한은 3~4년이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미만이면 4년, 70% 이상이면 3년이 적용된다. 이를 공공택지 수준인 최대 8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이다. 또 '물가상승률의 2배'인 전제 조건을 '물가상승률'로 바꾸거나 아예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에서는 무조건 상한제 적용을 받도록 지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만 실제로 상한제가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민 반발이 심한 상한제를 도입하기는 정부로서 큰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상한제 카드가 가장 마지막에 거론되는 이유도 시장 파급력이 크지만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상한제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8.2부동산대책에서 상한제 적용 기준을 완화하고 시행령 개정까지 마쳤지만 실제 시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행령이 개정되도 상한제 적용지역은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되는데 2017년 말 부동산시장이 안정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이유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에도 한두달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지난달 말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줬고 이에 따른 집값 변동 추이를 보고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올랐고 강남권 아파트는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 추가 대책이 불가피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상한제는 1주택자 보유세 강화와 함께 심리적 저항선의 마지노선으로 본다"며 "다만 총선을 앞둔 정부가 도입하는데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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