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일본 경제산업성에 전달했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품목 3가지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전경련은 15일 "일본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통해 수출규제 품목을 전략물품으로 추가 확대하려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그렇게 되면 규제품목이 광범위하게 늘어날 수 있어 일본 정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차원에서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언급한 전략품목에는 살상무기, 핵물질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소재·부품(일본 외환법 상)으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상당수 소재·부품이 포함된다.
전경련이 일본 측에 제시한 수출규제 방침 철회 이유는 5가지로 △국제가치사슬 교란 △일본 기업·경제 영향 가능성 △일본의 대외 이미지·신인도 영향 △정경분리 기조 약화 △동아시아 안보 공조체제 불안이다.
우선 전경련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구조가 일본(소재수출)→한국(부품생산)→미·중·EU(제품화)의 가치사슬을 가지고 있어 일본 수출 규제로 한국 업체들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결국 글로벌 ICT 기업들에 악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규제 대상 품목을 생산하는 일본 업체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으로 예측했다. 해당 기업들 역시 한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최대 85.9%, 에칭가스). 나아가 한국산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부품으로 사용하는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의 2차 피해까지도 발행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전경련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 전략물품 수출규제를 적용하면 연 2조8000억엔 규모(2018년)의 일본 중간재의 한국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감정 악화로 연 851억 달러(2018년)에 이르는 양국 전체 교역도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일본의 2위 관광국으로 방일한국인 수는 2011년 166만명에서 2018년 754만명으로 4.5배 이상 급증했는데 이를 위축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일본이 1955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가입 이후 전세계 자유무역을 선도해 왔다는 점, 아베 총리가 2015년 전후(戰後) 70년 담화에서 "자유롭고 공정하고 열린 국제경제 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들며 이번 수출 규제의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유로 수출 규제를 강행하는 것은 그동안 암묵적으로 유지해온 '정경분리' 기조를 약화시켜 양국간 경제교류를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전경련은 한일 양국이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온 안보 동맹국이라는 점을 강조, 이번 수출 규제 조치를 철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국방교류에 관한 의향서 체결(2009년), 정보공유약정 체결(2014년), 군사정보보호협정(2016년) 등 동북아의 지정학적 안녕을 담보하기 위해 공동노력 해왔던 것들이 무색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이러한 양국간의 안보 공조체제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며 "통상문제에 있어 역사적 안보 동맹국이라는 점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