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홍콩이 연일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파장이 부동산 시장을 덮쳤다.
타운 하우스를 포함해 최고급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상당폭 떨어진 것. 정치적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는 고액 자산가들이 홍콩의 금융 자산을 싱가포르를 포함한 해외로 이전한 데 이어 사회적 동요가 자산시장에 또 한 차례 충격을 가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말 G20 정상회의를 맞아 송환법 반대의 뜻을 국제적으로 알려 홍콩 정부에 압력을 넣을 것이라면서 26일(현지시각) 홍콩 시위대가 휴대폰 불빛을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일(현지시각) 현지 부동산 컨설팅 업체 사비스에 따르면 타운 하우스 가격이 2분기 1.5% 떨어졌다. 특히 평당 4만~10만 홍콩달러이 고가 부동산 가격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홍콩 타운 하우스 가격이 떨어진 것은 지난 2018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연일 지속되는 과격 시위와 정치적 리스크가 이른바 슈퍼 부자들의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9일 촉발된 대규모 시위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고, 남녀노소 총 100만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인 송환법 추진이 결국 불발됐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과 홍콩의 이른바 ‘일국양제’ 시스템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신규 계약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달 한 고액 자산가가 딥 워터 베이의 초호화 주택을 2억5123만 홍콩달러에 매입하기로 했지만 1256만 홍콩달러의 초기 계약금을 포기하고 거래에서 발을 뺐다.
이에 앞서 골딘 파이낸셜 홀딩스는 111억 홍콩달러 규모의 상업용 대지 매입 계획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떠안은 계약금 손실은 2500만 홍콩달러.
주거용 부동산 중개 업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의 보니 챈 이사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사회적,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얼어 붙는 상황”이라며 “투자자와 개발자 모두 시장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정치적 리스크가 장기화될수록 부동산 시장의 거래 마비와 가격 하락 역시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비스는 보고서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 움직임이 홍콩 유동성의 해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며 “백만장자들이 아시아 투자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한편 자산을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등 외국으로 이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산가들뿐 아니라 기업들도 동요하는 움직임이다. 앞서 미 투자 매체 CNBC는 정치적 리스크를 앞세워 홍콩 현지 기업인들이 해외 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고, 싱가포르가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인명 피해를 동반한 홍콩 과격 시위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날 홍콩 빈과일보는 홍콩 정부가 시위를 진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며, 여기에는 공안 조례 제17조에 근거한 계엄령 발동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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