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한일 갈등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걷는다면 우리도 소재 확보에 총력전으로 나가야 한다. 그동안엔 중소기업이 주로 역할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대기업도 기술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17일 통상전략2020 발표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양국간 갈등은 전세계 밸류체인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17일 열린 '통상전략 2020'을 발표하는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그동안 부품·소재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주로 담당해 왔다"며 "중소기업은 부품·소재를 개발하는데 있어 시장성을 먼저 보고 뛰어들었다. 해외 판매처가 확보 돼야 연구비를 투입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일본과의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대기업도 부품·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성이 낮더라도 장기적으로 확실한 거래선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이같은 경우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도 규제 개선 등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소재 국산화를 위해 각종 수도권 규제나 환경 규제 등을 다시 유연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원천 기술이 있는 곳을 최대한 확보해 상업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당장 국산화나 거래처 다변화가 어려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한국은 제조기술이 강한 나라"라며 "우리도 총력을 다해 나서면 지금의 어려움을 헤처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회장은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 정부가 먼저 나서 정치·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글로벌 분업 체제로 돼 있는 상황에서 계속된 양국의 갈등은 서로의 발전을 저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미 일본은 부품·소재, 한국은 제조 체제로 분업 관계를 가져왔는데 이를 다시 각각 구축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이슈로 일본과의 협력관계가 무너지면 지금까지 한국이 반도체 등에서 가져온 제조업 핵심기지로써의 역할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했다.
김 회장은 "정치·외교 문제가 경제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수십여년 동안 상호 분업과 특화 체제로 무역 관계를 가져왔고, 서로가 함께 성장해 왔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의 산업들도 발전시켜왔는데, 이런 국가들이 서로 문제를 일으킨다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양국이 발전적으로 나가야 할 시점에 이런 상황이 온 것이 안타깝다"며 "한일 갈등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걷는다면 양국 모두 성장 추진 동력을 잃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본이 추가 규제를 시행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 하루 빨리 갈등을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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