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경제보복'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분도 있지만, 냉철하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뉴스핌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법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일본 정부가 비메모리 부분만 제재하고 있어서 아직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 이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없다. 전 세계 75%의 D램을 한국이 공급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닫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17일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부분에 주목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뿐만 아니라 소니 및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까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면, 완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에 양국이 난타전으로 간다면 결국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으며, 정면 충돌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 leehs@newspim.com |
다음은 노근창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삼성전자 이외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아직 없다. 오히려 불매 운동 여파로 일본여행객이 줄면서 여행업계 및 항공업계 충격이 크다. 일본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건들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전까지는 아니다. 일본 입장에서 이정도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며, 전면전까지 가게 된다면 제조업 관점에서 우리가 잃을게 많다.
-반도체 규제에도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계속 사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은 현재 비메모리 부분의 제재만 본격 들어갔으며, 삼성전자만 해당된다. 처음 일본의 제재 발표 이후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타격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국내 증시가 흔들렸다. 그러나 이번에 제재가 되는 건 삼성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들어가는 7나노(nm) 이하의 EUV(극자외선)다. 출하량에서는 리스크가 상당히 제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같은 경우 전 세계 7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제재로 인해 글로벌 공급체계가 무너져 미국과 중국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부분 또한 해외 투자자들이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타격은 어느 정도인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대부분 메모리에서 벌고 있다. 다만 종합반도체 1위로 도약하기 위해 비메모리 부분의 시설을 천문학적으로 투자하고 수주를 받는 상황이다. 일본의 제재 수준은 아예 주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수출 자체를 이전보다 번거롭게 만들면서 물량 조달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출하가 늦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타격을 받는다. 한국 1위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에 제재를 가하는 거다.
-메모리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가 진행할 것으로 보나?
▲아까도 얘기했듯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중단된다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마존과 구글, 애플, 소니, 파나소닉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 양국이 감정적인 난타전으로 간다면 결국 다같이 공멸하겠다는 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를 나서는 상황도 발행 할 수 있다. 특히 도쿄올림픽이 1년여 앞으로 남은 상황에서 이웃나라와 안 좋은 모습을 전 세계 보여줘서 일본도 좋을 게 없다.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 글로벌 증시에는 아직 영향이 없는 상태다. 반면 메모리까지 가면 글로벌 증시도 영향을 받는다. 노트북, 스마트폰 등 완제품 생산을 못하게 되면 전 세계 성장률 자체가 둔화된다. 다만 삼성전자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사의 주가는 상승하는 반사이익을 얻는다.
-일본 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비율 전체의 2.3%, 상장채권 2~3조에 달한다. 일본 자본 이탈로 한국자본시장에 미칠 충격은 없나?
▲기본적으로 일본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 투자 비중이 높지 않다. 큰 악영향이 없을 거라고 본다. 오히려 대출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차입 관련된 크래딧 시장이 더 크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온 일본의 간접투자 비중도 미국과 유럽계 자금보다 별로 크지 않다.
-반도체 이외에 경제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화학 및 자동차, 기계, 선박 등 일본에서 중요한 부품 하나 안주면 생산이 안 되는게 너무 많다. 일본 나라 특징은 완제품보다 소재 쪽에서 특화돼 있다. 서로 감정싸움으로 가면 우리가 좀 더 잃는 게 크다. 장기적으로 국산화 해야 하고 단기적으로 정치 외교에서 실리적인 해법을 찾아 풀어나가야 된다.
-반대로 국내 업체 중 이번 경제 보복으로 수혜를 보는 곳이 있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자부품의 국산화에 대한 갈증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볼 거라고 본다. 단기적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영속 기업으로서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이번에 경험을 해봤다. 정부에서도 탈일본 속도를 내기 위해 세제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해주게 되면서, 우리 전자소재 회사에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초기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영속 기업을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 간 협력이 공고해 지면서, 반도체 이외에도 일본에서 수입하는 다른 소재도 국산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일본 제재 등으로 국내 증시가 너무 안 좋다. 회복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IT 수출 비중이 컸다. 2017년 국내 증시 주도주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IT 랠리에 힘입어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을 수 있었다. 앞으로 5G 및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AI) 등이 확산되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이어진다. 현재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와 화웨이 제재 완화가 겹치면서 늦어지고 있지만, 최소한 2020년 하반기에 2차 빅사이클에 진입할 거로 예측한다.
한편 노 센터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부터 증권가에서 반도체 및 가전, 전자부품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IT 부문 전문가다. 한화증권, 신영증권, LG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거쳐 현재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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