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국내 소비자들이 소위 '일본 제품 리스트'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 리스트에는 일본과는 전혀 관계없는 기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억울하게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은 행여나 긁어 부스럼 될까 특별한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9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및 SNS에서는 음식·패션·가전제품·스포츠 등 각종 분야의 60여개 브랜드·제품이 불매운동 대상이라고 소개하는 '일본 불매운동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그러나 여기에는 실제 일본과는 관계가 없는 기업도 포함돼 있다. 편의점 '씨유'(CU)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BGF 리테일이 대표적이다. 리스트에는 지분 중 일부가 일본기업 소유라며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게재돼 있다.
일부 누리꾼은 "BGF가 일본 훼미리마트를 인수한 것은 맞지만 BGF 상당 주식은 훼미리마트에 있다"며 "(CU를 이용하면) 일본이 돈을 다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BGF 회장 아버지가 친일파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BGF 리테일은 과거 일본 '훼미리마트'로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2년 라이센스 계약 종료 후 독립했고, 2014년 상장하며 일본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현재는 100% 한국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일본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BGF 리테일 측 설명이다.
[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
음료 '토레타'와 '조지아 커피' 역시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며 타격을 입었다. 이에 한국 코카-콜라는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조지아 커피, 토레타는 한국 코카-콜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품"이라며 "일본 코카-콜라가 아닌 본사에서 브랜드에 관한 모든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제품으로 일본산 제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미 해당 제품이 일본 제품이라는 인식이 퍼진 상태다. 한국 코카-콜라가 입장문을 낸 지 8일 후인 지난 14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오늘 보니 토레타도 일본 거였네요"라며 대체 상품을 문의하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댓글에 "저도 토레타를 샀는데 몰랐어요", "일본 제품이 생각보다 많네요"라며 대체 상품으로 타 업체의 이온음료를 추천했다.
빠르게 확산되는 잘못된 정보에 해당 기업들은 그야말로 울상인 상황이다. BGF 리테일 관계자는 "인터넷에 그런 글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직접 '사실이 아니다'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면서도 "본사 차원에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섣부른 조치에 역풍을 맞을까 두려워 별다른 대책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BGF 리테일 관계자는 "이런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들도 분명 있다"며 "스스로 자정작용을 거치며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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